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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카공족에게 “3시간 이용 시 추가주문” 요구하는 카페, 어때요?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3-09-14 21: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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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이용시간 제한에 엇갈리는 반응, 카페만의 탓일까
지난달 23일 한 카페에 장시간 머물 경우, 추가 주문을 요구하는 공지가 제시됐다. 해당 공지로 인해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카공족’이 또다시 이슈로 떠오르면서 카페 이용시간 제한에 대한 여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학생들과 카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카공족이 카페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봤다.


결국 칼을 빼 든 카페



 한 카페 측에서 장시간 머무는 것을 방지하고자 ‘3시간 카페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해당 점주는 1인 고객이 4인 좌석에 앉아 6시간 자리를 점유했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지 후 매장 이용 제한 시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충돌하자 결국 해당 안내문을 없앴다. 이 사건 이후 카페 장시간 이용 고객이 화두가 됐다. 특히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며 해당 조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명 ‘카공족’은 카페에서 노트북 등을 가져와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해당 단어를 그리 좋은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카페에 장시간 앉아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카페 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자 카공족 갈등을 다룬 콘텐츠도 나타나는 추세다. 그중 유튜브 채널 ‘너덜트’는 ‘카페 전기 도둑’, ‘지금 코드 꽂는 거야?’라는 제목의 카공족을 풍자하는 영상을 공개한 적 있다. 해당 영상은 노트북, 콘센트 등 여러 전자기기를 가져와 장시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사장님은 머리를 짚거나 추가 주문을 하지 않으면 눈치를 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처럼 카공족 관련 콘텐츠는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대부분의 반응은 실제 카공족에게 고통받는 카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추가 주문 공지가 안내된 후, 이용시간 제한에 대한 카페 관계자 및 고객들의 상반된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장시간 카페에 머물러 공부하는 사람이나 수다를 떠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결정을 내렸겠냐”며 일정 시간 이후 추가 주문을 찬성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대학생 A양은 “카페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카페 운영 방식의 변화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공지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양은 “카공족 대부분의 목적은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전기나 에어컨 사용을 위해 카페를 방문한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이런 이유로 카페를 찾는 것이라면, 매장 이용 제한 조치는 카페 점주를 배려하는 합당한 예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개념이 없는 카공족을 향한 그릇된 조치다”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B양은 평소 과제나 시험공부를 위해 카페를 찾는 카공족 중 한 명이다. B양은 “매장 이용 제한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며 “어떻게 실제 이용 시간을 제한하면서 영업할지 의문이고, 굳이 3시간을 기준 삼는 것이 카페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B양은 “평소 카페의 분위기가 좋아 자주 가는 것은 맞지만, 모든 카공족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물론 사장님의 결정이 어쩔 수 없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손님에게 적용될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카공족, 조금 곤란해요 


이처럼 소비자 사이에서는 매장 이용시간 제한에 대해 여전히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다만 ‘커피 1잔당 3시간 이용’이 사회적 약속처럼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은데, 점주의 입장에서 일부 카공족이 달갑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큼은 공감을 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즉 일부 극성 카공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역시 그리 곱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공족에 대한 카페 관계자의 생각은 이러한 대중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이에 본지는 카공족에 대한 카페 관계자의 생각을 듣고 싶어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채그로’ 양송이 매니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양 매니저는 해당 카페에 대체로 3~4시간가량 체류하는 카공족에 대해 “짐을 두고 1~2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은 물론, 대화가 가능한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대화 소리가 시끄럽다는 항의가 들어오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용 가능한 모든 콘센트에 본인의 △노트북 △핸드폰 △이어폰을 충전하거나, 편의를 위해 구비한 여분의 멀티탭을 뽑아 자리로 가져가는 경우들도 있다”며 겪어온 곤란을 전했다.


 눈에 보이는 피해의 시작은 자리 문제였다. 카공족이 실제로 카페에 손해를 미치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매니저는 “우리 카페는 여러 층으로 운영되기에 평소 좌석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이 방문하는 주말에는 카공족 손님들이 자리에 오래 머물고 있어 가족과 함께 방문하거나, 멀리서 방문한 손님들이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고 답했다.


 확실히 일부 극성 카공족 손님들이 피해가 되고는 있지만, 의외로 논쟁의 지점인 ‘더딘 회전율’로 인한 매출 피해는 크지 않았다. 양 매니저는 “카공족이 몰리는 시험기간과 다른 시기를 비교했을 때 매출에 차이가 있는 것은 맞으나, 그 폭이 엄청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3시간에는 한 잔의 추가 주문을 해주는 것이 더 머물다 가는 데에 괜찮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카공족을 환영하는 카페도 등장



 이처럼 카공족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뉘는 분위기 속 오히려 카공족을 반기는 카페도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카공족을 기피하는 카페의 분위기와는 사뭇 상반된다. 이에 본지는 본교 후문에 위치한 카페인 ‘생폴 드 카페’ 염준혁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공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당 카페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10시까지 영업하지만, 본교 시험을 기점으로 보름에서 2주 전부터는 새벽 2시에 마감하며 1년에 4번 정도 시험 기간 연장 영업을 진행한다. 염 사장은 “학생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공부하던 대학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며 “그렇기에 학기당 2번의 시험이 있는 학생들이 마음 편히 카페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시험 기간 연장 영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염 사장은 카공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국에서 카페 업계가 카공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카공족도 개인의 돈을 지불하고 카페를 이용하기에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덧붙여 염 사장은 “많은 카페가 카공족으로 인한 회전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본인의 카페는 애초부터 그것을 감안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으로 다가가고자 다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카공족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장의 흐름에서 이탈한 고객을 위한 카페를 영업하는 방식도 또 하나의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주 이용객인 점을 고려하면 공부하는 분위기 형성도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해당 매장에는 인터넷에 나올 법한 진상 손님은 없을뿐더러 모두가 배려하면서 카페를 이용하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카공족을 환영하는 카페는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운영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해당 영업 방식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업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카페의 주 이용객과 주변 상권을 고려할 경우, 카공족과의 공존이 더욱 적합한 일부 카페도 존재한다.


당신을 내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카공족은 카페 점주들에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은 변함없다. 지난 2019년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커피 한 잔(4,100원) 구매 손님의 손익분기점’을 조사한 결과 손님이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2시간 이상 카페에 머물면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일부 카페 점주는 이러한 카공족에 대응하기 위해 콘센트 구멍을 막는다거나 와이파이를 제한하는 등 사소한 대책을 마련하며 공유하기도 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카페 점주들은 카공족을 상대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 방법은 없다는 점이 사실이다. 카페 관계자들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채그로’ 양 매니저는 “많은 분이 방문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저희 카페뿐만 아니라 업장마다 존재하는 사소한 규정들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업장의 노력이지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려는 건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 린다”고 전했다.


 양 매니저의 말대로, 카공족에 대한 대응은 오로지 점주들의 손해를 메꾸기 위함이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에서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용시간 제한으로 떠오른 논란이지만 사실 그 뿌리는 민폐를 끼치는 일부 카공족에 있다는 것이다. 점주들이 이렇다 할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많은 사회문제들이 그렇듯,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발점이 된 사람들이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우리도 한 사람의 ‘카공족’으로서 배려의 마음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정서희 기자 Ι seohee0960@kyonggi.ac.kr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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