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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9-01 17: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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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가 묵인해왔던 인간의 추악함에 얽힌 불편한 진실


● 평점


지성: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음에도 다소 지루했다. 


수민: 이병헌표 하이퍼리얼리즘 기생충,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당장 칸 영화제로. 


봄이: 한국영화의 희망, 우주로 떠난 줄 알았는데 아파트에 있었다. 


민제: 흠 잡을 곳 없는 완성도 덕에 한껏 불쾌해진 기분 


● 한 줄 평 


지성: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수민: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유토피아가 어디 있으랴 


봄이: 추악한 인간들, 그러나 나를 닮은. 


민제: 가장 모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이해되는 사람들.


Q. 다소 다큐멘터리스러운 도입부 연출, 어떻게 관람했는가? 


지성 전례 없는 연출이라 상당히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 후반부에 갈수록 한국인들에게 아파트라는 존재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게 눈에 확 띄었어요. 아파트에서 잘 살아보려는 모습들을 연장 보여주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붕괴된 장면이 등장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있네요.


수민 저도 동감해요. 사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상황 자체가 굉장히 비현실적이잖아요? SF 세계관이 주를 이루는 영화에 다큐멘터리적인 연출 이 가미됐을 때 관객은 급속도로 몰입하기 마련이라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봄이 앞선 얘기들에 조금 덧붙이자면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 그 이상의 의의를 지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대를 살고 있는 모두의 염원이 번듯한 아파트 입성인 것을 미뤄봤을 때 그 소망이 무너지는 모습이 현대인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연출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있죠. 


민제 맞아요. 사람들에게 집은 하나의 계급처럼 여겨지죠. 한 개인의 노력, 처절함의 집합체가 사회적 지위의 표방으로 비치는 현실이 참 씁쓸했 습니다.


Q. 극한의 재난 상황 가운데 이타심과 이기심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지성 저는 아포칼립스 배경의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의 상황에 저를 대입해서 관람하는 편이라 러닝 타임 내내 머리카락 붙잡고 열심히 고민해봤는데요. 이타심, 중요하죠. 그런데 극한의 재난 상황에 이타심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찌 됐든 살아가려면 나가서 뭐 하나라도 건져와야 하고 조금이라도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잖아요. 


수민 그 상황이 닥쳐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이타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저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꽤 많이 신뢰하는 사람이거든요. 


봄이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명화(박보영 분)는 참 안일한 사람처럼 보여요. 마냥 배부르고 등 따신 이상주의자 같죠. 명화도 그저 투쟁을 통해 얻은 물자로 연명하는 사람 중 한 명이잖아요. 이런 주위 상황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지도 않고 감정적인 호소만 하길래 화도 났어요. 가장 이타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비이성적인 캐릭터죠. 


민제 명화도 명화지만 영탁(이병헌 분)도 비이성적이긴 마찬가지 같아요. 둘 다 이타심과 이기심의 양극단에 선 인물이라 어느 하나 쉽게 동조하기 어렵네요. 그래도 앞서 말씀하신 명화의 비이성적 판단은 저 역시 보기 불편했어요. 이타심을 지향한다지만 그게 되려 공동체 사람들한테는 이기적인 태도로 보일 수 있기 마련이니까요.


Q. 내가 한국에 남은 마지막 아파트 입주민이라면 평소 주거 차별을 해온 타 아파트 사람을 도와줄 것인가?


지성 아무래도 신뢰가 없죠. 저 사람들이 내 집에서 뭘 훔쳐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피어오를 것 같은 기분이에요. 실제로 영화에서 민성(박서준 분)에게 도움을 요청한 두 모자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내 혹여나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거든요. 


수민 제 상황이 여의찮다면 당연히 들여보내 줄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함께 생존해나갈 희망이 보인다면 도와주는 게 사람 된 도리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조금은 노심초사하겠지만 말이에요. 


봄이 저는 소지품 검사할 것 같은데요? 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숙박 제공만 해줄 것 같아요. 평소 나를 하대하고 차별했던 사람을 뭘 믿고 집에 들이나 싶기도 해요. 


민제 민성이 우여곡절 끝에 귀한 황도를 구해와 명화만 몰래 불러 이번 한 번만 둘이 먹자고 부탁하던 게 생각나요. 전 이 대사에 너무 공감했어요. 어떻게 보면 철저한 남이고 더군다나 우리를 차별한 사람들이잖아요. 인간된 도리로 집에 들이긴 하겠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닐까요? 


Q.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사람들은 결국 집을 지켜낸 걸까? 


지성 영화의 결말을 보고 참 껄끄러웠어요. 영탁은 혼자 집에 돌아와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고 명화와 민성은 끝내 아파트를 떠나죠. 결국 아무도 집을 지키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두 집단의 결말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렇게들 아파트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콘크리트 속 낙원은 영원할 수 없었고 평화롭게 남은 삶을 사는 사람 한 명 없었잖아요. 


수민 저는 집은 참 은유적인 표현 장치였다고 생각해요. 실체적인 집은 아파트지만 관념적인 집은 각자의 가정인 셈이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결론적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활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게 과연 아파트뿐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진정으로 지키고 싶었던 건 가족이 아니었을까? 그런 관점에서 가족도 입주민 간의 연대감도 상실한 영탁의 집은 무너졌지만 멀리 도피해 결혼하기를 참 잘했다는 말을 나누는 명화와 민성은 서로의 집 즉, 완전한 가족을 지켜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봄이 저는 수민이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아파트는 모든 갈등의 근원지라고 봐요. 명화와 민성이 아파트로부터 도망쳐 나왔지만 결국 명화는 다시 한번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잖아요. 새로운 사람들이 결집된 아파트가 어쩌면 또 다른 갈등의 시작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은연중에 들더군요. 


민제 저는 여태 실체적인 집만 상상했는데 가족을 하나의 집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 민같아요. 명화와 민성이 끝까지 두 손을 놓지 않으며 서로의 집이 돼줬다면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집은 굳건히 아포칼립스 시대를 견뎌냈다고 해석할 수 있죠. 


Q.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혹은 인물이 있다면? 


지성 저는 부녀회장 금애(김선영 분)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캐릭터 꽤나 밉상이거든요. 선동은 다 하고 책임은 회피 하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안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라 차마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어요. 


수민 영탁이 만신창이가 돼 집 바닥에 드러눕는데 그 장면 뒤로 아파트 초인종 소리가 울려퍼지는 게 기억에 남아요. 그 아파트 초인종 소리 원 제가 ‘Home Sweet Home’인데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집이라는 노래 제목과 비참한 최후를 맞는 영탁의 모습이 대비돼 한층 더 비극적인 결말을 끌어냈다고 생각해요. 


봄이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영탁은 영화 내내 그 존재감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권력을 가진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의 흐름이 130분의 러닝타임 내내 고스란히 녹아들다 못해 질척하게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았어요. 


민제 저는 스쳐 지나간 한 대사가 그렇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제가 이 아파트에 오려고 다리 건너올 때까지 정말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하는 그 장면이 영화 전체를 압축해놨다고 봐도 무방해요. 고작 한강 다리 건넛마을에 이사 온 것뿐인데 그 말이 왜 이렇게 마음 아프던지.


Q.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인류가 지녀야 할 최후의 인간 덕목은 무엇인가? 


지성 아무래도 ‘인정’이죠.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보는 관점이 있어야 참혹한 아포칼립스 상황을 완만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세상 가득히 증오가 판을 치겠죠. 


수민 저는 ‘사랑’이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남의 가족도 내 가족처럼 바라보는 강력한 전 인류적 연대감은 아포 칼립스도 막아낼 수 없을 거예요. 


봄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결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성’이 가장 중요하죠. 과하게 감정적인 태도는 공동체의 분란을 가져오고 결국 모두의 생존 에 훼방만 놓을 뿐이니까요. 


민제 덕목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 함은 ‘살인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요. 불가피한 상황이면 몰라도 어떤 상황에서든지 살인은 최후의 수단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홍지성 기자 Ι wltjd0423@kyonggi.ac.kr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김민제 수습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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