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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터] 진정한 정상화는 갈등 없이 온다
  • 김화연 편집국장
  • 등록 2023-05-08 20: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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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9일 개최된 경기가족토론회에 손종국 前 총장의 장남인 손원호(단국대) 교수가 등장해 법인을 경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본교는 학내 분규로 인해 파행 운영이 지속돼왔다. 본교 설립자의 후손이자, 제4대부터 제6대까지(1993~2004) 총장직을 연임한 손 前 총장은 재임 시절 교비 횡령 등으로 구속됐다. 그 후 지난 2019년부터 학내 복귀 의지를 드러냈지만 계속해서 교수 채용 비리 의혹에 고발되는 등 사법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본교의 구성원들은 손 前 총장의 복귀를 격렬히 반대했다. 당시 진행된 학생총회에는 3,070명이 참석해 ‘손종국 前 총장 이사 선임 관련 학교 복귀 반대’ 안건을 다뤄 전원이 반대에 찬성했다.

   

 다른 구성원들은 복귀 반대에 친(親)손과 반(反)손으로 나뉘어 갈등하기도 했다. 특히 법인 이사회에서 그 문제가 심했고, 결국 임기가 종료된 이사들의 후임이사를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21년 손 前 총장은 이러한 문제들을 인정하고, 본교와 관련된 사회적 입지를 모두 포기한 자연인 손종국으로 살아가겠다며 퇴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이사회의 갈등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결국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임시이사는 내년 3월 22일(금)까지 활동한다. 사분위는 분쟁 발생 등으로 인해 기능이 마비된 사립학교법인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정상화를 도모한다. 정상화 과정에서 사분위는 △종전이사 △학내구성원 △그 밖의 이해관계인에게 정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을 청취해 정이사를 선임한다.

   

 손 교수의 등장으로 돌아와 보면, 정이사를 선출하는 정상화 과정에서 손 교수가 이사로 선임돼 본교의 경영을 이끌고자 하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손 前 총장의 사법적 문제가 해결됐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장남이 등장해 본교 구성원들은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비리 구재단의 세습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물론 손 前 총장의 문제만으로 손 교수에게도 연좌제적으로 같은 시선을 보이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다만 현재의 구성원들은 연좌제만으로 손 교수를 경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교 교수회가 지난달 18일에 발표한 성명문에는 최근에 특정인을 이사 또는 이사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지지서명이 벌어지는 중이라는 소문이 있으며, 전·현직 교수들의 직계가족이 지지운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특정인이 손 前 총장의 위임장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며, 자연인으로 살아가기로 한 손 前 총장이 그 누구에게도 본교와 관련한 어떠한 권리나 권한도 위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본교의 정상화 과정에서 설립자 관련인의 복귀는 제도상 막기 힘들다. 다만 복귀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충분한 경영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복귀는 진정한 정상화가 아니다. 본교가 또다시 비리로 가득해지며 과거가 되풀이된다면, 대학 간 경쟁이 심화되는 현 사회에서 본교는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김화연 편집국장 Ι khy730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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