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취재기획] “다 던지고 떠나겠다”며 ‘손’ 흔들던 아버지는 가고 아들이 왔네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3-05-08 20:39:18
기사수정
  • 법인 정상화와 뗄 수 없는 구재단의 복귀
지난달 19일 개최된 경기가족토론회 당시 손종국 前 총장의 장남인 손원호 박사가 등장하며 본교 구성원들의 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19년 손 前 총장을 막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다시금 엄습한 것이다. 이에 본지는 현 상황에 대한 본교 구성원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학생 △교수 △교직원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기가족토론회에 등장한 외부인

 

 지난달 19일 본교 수원캠퍼스 하이엔드홀에서 경기가족토론회가 개최됐다. 본교 전체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으로 참석 대상이 명시된 본 토론회 자리에 손종국 前 총장의 장남인 손원호 (단국대) 교수가 자리했다. 토론회 중 엄현섭(교양학부) 교수의 소개로 손 교수의 발언이 시작됐다. 손 교수는 “설립자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나 많은 위기와 책임 등 해야 할 것들을 많이 듣고 자랐고 경험을 했고 보고 배웠다”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은 그 어떤 분란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닌 반대로 분쟁을 멈추고 화합과 소통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본교 법인을 경영하게 된다면 반드시 학생들과 우리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 챙길 수 있는 대학이 돼야 된다”며 “이 대학이 앞으로 미래의 일꾼들을 위해서 빛을 내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법인을 경영하고 싶다”고 법인 운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 교수의 발언 이후 박상현 대외협력홍보실장은 “2004년 임시 이사 파견 이후 설립자 집안이 본교에 20년 동안 한 것이 뭐가 있냐”며 해당 발언을 거세게 비난했다. 또한 “지금 분란을 조성하고 있다”며 “구재단이 들어오면 학교가 더 망가진다는 것을 본교 구성원들의 다수가 인식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후 이윤규 총장의 제지로 상황이 일단락됐다.

 

본교가 밟아온 아픈 구재단의 역사

 

 그렇다면 손종국 前 총장은 누구일까. 본지 1034호(19.06.10 발행) 08면 취재기획과 1035호(19.09.02 발행) 08~15면 손 前 총장 복귀 논란에서 이를 자세히 다뤘다. 본교 설립자 손상교의 아들인 손종국은 법인 이사로 선임된 후 1985년 경기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토지 불법매각 △교비 횡령 △부정 편입학 △교수임용 부정 의혹 등 각종 사학비리 정황이 드러나게 되며 학생들의 재단 퇴진 요구 시위가 이어졌다. 이사장 사퇴 후 1993년 본교의 총장으로 취임해 세 번을 연임하고 결국 교수임용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이 드러나 구속되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로도 지속적인 복귀 움직임을 보이며 본교의 혼란을 야기했다. 특히 지난 2019년 5월 이사회 간담회에 공식적으로 방문한 손 前 총장의 행보로 인해 구재단의 본교 복귀 여론이 거세졌다. 당시 중앙운영위원회의 주도하에 이사장실 점거 농성이 시작됐고 손 前 총장의 자택 강제 경매 등 채무에 관한 보도가 이뤄졌다. 이후 진행된 학생 총회는 본교 재학생 3,070명의 참여라는 쾌거를 이루며 손 前 총장 복귀 반대에 대한 학생들의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지난 2021년 손 前 총장이 본교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당시 구재단 복귀 의혹은 마무리됐다.

 

■현 상황에 대한 3주체 인터뷰

 

36대 바다 총학생회 문겸서(경영·4) 회장

본교 학생들에게 학내 정치적 문제로 인한 피해 없도록 할 것

 

 법인 정상화는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다만 손 前 총장 비리 사건을 비롯한 법인 이사회의 세력 다툼 등이 반복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총학생회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현재 미뤄지고 있는 기숙사 인수나 학내 중요한 결정들에 대한 임시 이사회의 결정권에 남아있는 의문 해소를 위해서는 조속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상화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먼저 완전히 배제됐다고 생각될 때 정상화에 대해 강력히 발언하겠다. 또한 정상화가 진행된다면 개방이사추천위원회 등을 비롯해 각종 위원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학내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주장할 것이다.

 

 대학은 전문적이고 개인적인 수준에서 성장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찾는 교육의 현장이다. 경기대학교 학우들은 절대 학내 정치적 문제로 인한 피해 없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9대 교수회 김경환(영어영문회장

교육부의 법인 정상화 결정 이전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될 때

 

 본교 법인 이사회의 정수가 8명이므로 최대 2명까지 친족이사가 선임될 수도 있다. 손 前 총장은 과거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송사에 연루돼 있다는 등 법인 이사의 자격이 없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거다. 손 前 총장 본인이 이사로 복귀할 수 없다면, 손 교수 또는 손희자 前 이사장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될 거다.그러나 단순히 설립자 후손이라는 이유로 이사로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이나, 손 前 총장의 아들과 누나라는 이유로 이사로 선임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나, 둘 다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가 아직 법인 정상화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설립자 후손의 이사 선임에 대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손 교수의 토론회 참석이 △사전에 협의된 것인지 △권유를 받은 것인지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지난달 24일 교수회 성명서에서도 밝혔듯이 학내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동해 온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손 前 총장이 떠난 후 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대학이 잘못 경영됐다고 말한 것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자신이 경기대를 경영하고 싶다고 했는데, 의욕만 가지고 대학을 경영할 수는 없다.

 

 최근에 손 교수가 학내 일부 구성원들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고 있으며 주로 전문교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서명인지, 어떤 용도로 서명을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들리는 얘기로는 손 교수를 정이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지지하는 서명이며, 법인 정상화 과정에서 교육부에 제출하려고 한다는 것 같다.

 

 토론회 다음 날 손 교수로부터 만남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아 연구실에서 만났다. △토론회에 지지자들을 대동한 것 △부친의 과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대학이 잘못 운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지난 20년 전체의 대학 경영이 잘못된 것처럼 발언한 점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이사 선임은 교육부의 사학분쟁위원회(이하 사분위)에서 결정하게 돼 있는 만큼 본교의 정상적인 운영과 대학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정이사 후보들이 사분위에 추천되느냐가 관건인데, 전·현직이사협의체에서 과반수의 정이사 후보들을 추천할 수 있는 만큼 전·현직이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듣기로는 전직 이사 6명이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교수회는 지난 2월 법인과 교육부에 정상화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전직 이사 6명 중 임원취임승인취소를 당한 전직 이사들에게는 정이사 추천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 우리 대학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이다. 정이사 8명 중 2명이 개방이사인데, 2배수인 4명의 후보를 사분위에 추천하면 사분위에서 2명을 개방이사로 선임하게 돼 있다. 이는 대학평의원회에서 구성하도록 돼 있으며 대학평의원회 추천 3인, 이사회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대학평의원회 추천 3인은 통상 △교수회장 △총학생회장 △직원노조위원장으로 대학 3주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법인 정상화가 결정되면 3주체가 합심해 훌륭한 개방이사 후보들을 추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7대 두드림다드림어울림’ 노동조합 이경훈 위원장

법인 정상화절차가 가장 중요해

 

 정상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단,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유 자체는 학교법인 이사들의 문제로 인해서다. 그래서 임시이사의 역할은 법인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번에 갑자기 경기가족토론회 때 구재단 측이라고 해서 손 교수가 등장했다. 기본적으로 법인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전·현직이사협의체가 모여 일반적인 관례상 2배수, 3배수 추천을 하게 돼 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본교 이사 8명 중에 개방형 이사 2명을 제외한 6명이 누가 내려올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경기가족토론회 때도 얘기했지만 최종 배정을 하는 것은 사분위의 역할이다. 이에 손 교수가 실제로 이사 6인 중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발생할 문제다.

 

 실제로 손 교수 측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지지 선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다. 그렇기에 누구를 좋아하고 말고의 여부는 개인적인 취사선택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해서 이사가 되지는 않을 거다.

 

 이전에 손 교수 쪽에서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렸었다. 나중에 본교가 정상화됐을 때 관심을 가지고 학교가 잘되게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기본적으로 △학생을 위해야 한다 △각종 채용 및 비리와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비전을 가지는 게 추후 법인에서의 역할이며 그게 없으면 누구도 호응과 지지를 해줄 수는 없다는 등의 얘기를 하고 마무리 지었다.

 

 직원은 어느 집행부가 들어오든 편들거나 하는 부분이 생기면 학교 업무를 볼 수가 없다. 구재단에서 누가 나타나고, 나온다 해도 사실 특별히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단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다. 예전에 감사라든지 이런 문제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은 세력화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한 행동은 못 하게끔 할 것이다.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