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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엇갈린 평가 받는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3-04-13 14: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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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계의 현실 인지하고 온실가스 완화 목표치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 지적받아
지난달 21일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일부 재계는 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한 조정안이라고 평가했고, 반대로 환경단체는 기후 대응 포기선언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정부가 해당 계획을 수립하게 된 배경과 정부안을 둘러쌓고 있는 의견 차이의 쟁점을 알아봤다.


윤 정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발표


 지난달 21일 윤석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환경·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727.6백만 톤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436.6백만 톤으로 약 40% 감 축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안은 산업계의 탄소 감축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30년의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이하 NDS)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윤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선 3.1%p 낮춘 11.4%만을 줄이겠다고 밝히며 산업계의 부담을 덜었다고 설명했다.


산업 현실을 인지한 계획이라고 평가받기도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산업계 탄소 감축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산업 부문에 포함되는 석유화학 분야, 시멘트 분야의 탄소 감축 어려움을 근거로 제시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핵심 NDS 이행 수단으로 꼽힌 바이오나프타1) 의 부족과 시멘트의 주 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할 폐플라스틱의 부족으로 급격한 탄소 감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산업계 목표치 조정을 위해 △탄소 흡수·제거 기술인 CCUS 확대 △국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 실적을 국내로 이전받는 방식인 국제감축 △원전·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산업계의 목표 감축을 상쇄할 수 있다며 탄소 감축의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재계는 산업 부문의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조정안이라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NDC 산업부문 목표치를 산업계의 현실을 일부 반영해 하향 조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지만, 그럼에도 “탄소감축을 위해 획기적인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기업의 탄소 감축 기술개발에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환경단체


 이에 비해 환경단체는 구체성 부족을 이유로 해당 정부안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산업계 목표치 하락을 상쇄할 국제감축과 상용화되지 않은 CCUS 기술의 불확실성을 꼬집으며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하는 기본계획을 국가가 만드는 게 맞는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달 27일 환경단체의 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사회계 토론회를 마련했지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YWCA 등 주요 환경단체는 일시적인 토론회에 불과하다며 불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환경단체는 탄녹위의 행보에도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탄녹위는 기본계획 수립 기한을 4일 앞두고 충분한 소통 없이 해당 계획안을 공개했는데, 국민 의견 수렴 코스프레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현 사태에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정부안의 수립 기한을 연장했으며 이번 달 중하순에 의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일 다방면의 의견 수렴을 위한 지역사회 토론회를 추가로 마련하며 국민과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 문제는 당면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번 정부안에 대해 일부는 산업계의 현실을 고려한 조정이라고 평가했지만, 계획의 구체성 부족과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정부는 충분한 소통으로 탄소중립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조정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정서희 기자 Ι seohee0960@kyonggi.ac.kr


1) 폐식용유나 팜유 등 식물성 자원으로 석유화학의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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