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진後] 이 기사 좋은 것 같아. 아니 좋아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3-03-30 14:16:12
기사수정

 

 기자는 최근 학원이 즐비한 거리를 방문했다. 오후 6시가량에 방문한 거리에는 수많은 학생이 문제집을 들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되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 또한 학원 가방을 메고 있었다. 학교가 끝난 후 바로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이들은 언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미래라 불리는 학생들은 공교육에서의 주입식 교육이 끝나고 바삐 사교육에서의 주입식 교육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는 건강한가?

 

 모두의 학창 시절은 어땠는가. 누군가는 학원에 다니기도, 과외를 받기도 하며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수많은 시험을 봤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답을 찾아왔다.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정답은 무엇인지만을 생각하며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시험지에 있는 5문항에 스스로의 생각을 끼워 맞추며 자신만의 답이 아닌 사회가 바라는, 시험지가 바라는 정답을 도출했을 거다.

 

 12년 동안 정해진 답만을 좇은 우리는 대학으로 와 ‘사고’하길 강요받는다. 문제에 대한 정답 따윈 없이 생각만으로 여러 장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자도 갑자기 생각하길 바라는 사회에 던져져 잠시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시험을 어떻게 봐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결국 ‘교수자가 바라는 정답은 무엇일까’라며 늘 해왔듯이 정해진 틀에 기자의 생각을 꿰맞췄다.

 

 이는 비단 기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12년간 주입식 교육을 시행한 우리 사회는 갑작스레 인생이 걸린 선택지를 쥐여 줬고 이를 반영한 신조어 ‘결정장애’도 등장했다. 이전에는 위와 같은 심리가 단순히 우유부단하다고 일컬어졌지만 최근에는 이를 행동 심리학과 접목시켜 전문적으로 분석하기도 하는 등 질환으로 논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말하거나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진 사회는 올바르지 않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인 것 같아’라는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뚜렷한 생각이 아닌 ‘좋은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아’라는 말로 확실한 감정, 생각의 전달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기자 또한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기자가 하는 말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자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을 포장해왔다. 정답으로만 사고하길 강요한 사회가 우리의 자유로운 생각을 억제하며 인생에서도 정답을 찾게끔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정답이 아닌 선택을 했더라도 실패했다 여기지 않고 본인의 생각에 대한 확신을 둬야 할 때다.

 

글·사진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