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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더 글로리 파트 2, 보고 싶어 죽는 줄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3-30 14: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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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앗긴 영광에도 봄은 오는 법이니까.
본지는 이번 1085호부터 △영화 △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쏟아지는 최신작들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방구석 시사회’ 지면을 신설했다. 수많은 명대사를 배출하며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장안의 화제작, <더 글로리 파트 2>를 주제로 나누는 문화팀 기자들의 시시콜콜한 감상평 속으로 빠져보자.

 


별점 3.5/5

기자들의 코멘트 

지성: 복수는 곧 양날의 검 

수민: 피해자들이 영광을 되찾고 가해자들이 피눈물 흘리는 세상이 세워지기를 

선우: 사랑은 복수에 곁들이기에는 너무 뜨겁다 


Q. 더 글로리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지성: “학폭은 너나 위험하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 뭔 타격이 있어”라는 사라의 대사가 꼭 가해자들의 현실을 비추는 것 같았어요. 유년 시절 함께 학교폭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익히 아는 공인만 질타를 받을 뿐 일반인은 이 사회 어딘가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숨기고 잘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감정만 남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단단하게 뭉쳐있어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가해자 집단의 우정이 내부 갈등으로 인해 점차 산산조각 나는 모습에 희망을 느끼기도 했어요.

수민: “당신들도 나처럼 뜨거웠기를. 쓰리고 아팠기를.”하는 동은의 대사만큼 더 글로리를 잘 표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덤덤하게 울려퍼지는 세상을 향한 피해자의 표호인 거죠. 어쩌면 더 글로리 제작진의 의도적인 표현일지도 몰라요. ‘가해자들아, 지옥불에나 떨어져라.’ 하는 식의.

선우: 저는 특정 장면이나 대사보다 더 글로리의 설정 자체가 인상깊게 다가왔어요. 대부분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옛날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요. 피해자가 싸움을 배우고 수련을 하는 일종의 성장 과정을 딛고 가해자를 무너뜨리며 반성하며 카타르시스를 주죠. 하지만 이 작품은 가해자가 끝까지 반성을 하지 않아요. 게다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점하기까지 합니다.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를 높게 평가하고 싶네요.

 

Q. 더글로리 속 주목할 만한 메타포는?

지성: 파트 2 끝에 동은이 현남에게 선물한 빨간 립스틱이 기억에 남아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참담한 삶 속에서 딸을 구하기 급급했던 사람에게 따뜻한 바람처럼 다가온 동은을 비유를 통해 나타낸 물체가 곧 빨간 립스틱 아니었을까요? 현남 역의 엄혜란 배우는 “흑백만 가득한 현남의 인생 속에 색이 생긴 것 같다”고 했는데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수민: 수많은 메타포 속에서도 유독 ‘텐트’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안전한 요새 같은 여정의 집에 함께 살게 된 동은이 잠을 청하는 곳은 푹신한 침대도, 쇼파도 아니고 텐트였죠.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타인에게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차츰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런 동은의 지친 삶에 여정과 현남이라는 좋은 사람들이 스며드는 게 참 좋았어요. 

선우: 진정한 바둑은 침묵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고 매혹하고 매혹당하며 서로를 발가벗기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더 글로리를 기획한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 관련 인터뷰 당시 이 대사를 명대사로 꼽았고 오직 이 대사만을 위해서 바둑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열심히 지은 집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둑의 본질인만큼 가해자들이 열심히 지어놓은 안정됨 삶을 동은이 하나하나 망가뜨리는 모습이 바둑과 매우 닮아있다고 느꼈어요.

 

[코너 속의 코너: 솔로몬의 선택]

 더 글로리에는 수많은 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엄마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한 동은과 피 한 방울 안 섞인 딸 예솔에 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도영. 대비되는 두 부모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한 가지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진짜 가족이란 뭘까?’ 이에 문화팀 기자들은 깊은 끝에 각자 가족을 정의해봤다.

 

전예솔 아빠, 전재준 VS 하예솔 아빠, 하도영

지성: 하도영 아빠를 택하고 싶어요. 하도영은 누구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면서도 아이의 행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어요.

수민: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예솔이가 전재준, 박연진 가정에서 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그런데 충동적이고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전재준이 예솔이의 아빠가 됐다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환경에서 컸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하도영이 끝까지 예솔이 아빠 역할을 자처한 것이 매우 다행이었어요.

선우: 이런 질문이 도출됐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해요. 저는 단 한 번도 더 글로리를 보는 내내 ‘진정한 가족’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재준은 아빠 자격이 전혀 없다고 봐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전재준이 예솔이에게 느꼈던 감정이 부성애인지도 의문이네요. 어쩌면 박연진을 소유하지 못한 심리의 연장선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건 아니었을까요?

 

문동은 엄마, 정미희 VS 하예솔 엄마, 박연진

지성: 저는 박연진을 택하겠어요. 박연진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지만 자신의 친딸 예솔이에게만큼은 항상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요. 그에 반면 문동은 엄마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딸의 자퇴서를 작성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수민: 가족이란 응당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고 위로를 주고 받는 인간 공동체의 표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동은의 엄마는 위로와 공감은 커녕 자신의 이익을 위해 딸을 놓아버린 모습을 보이며 되려 가장 큰 가해자로 둔갑했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동은의 엄마를 결코 좋은 사람으로 볼 수 없어요.

선우: 저는 두 사람과 생각이 좀 달라요. ‘가장 큰 가해자는 가족’이라는 작중 대사처럼, 동은 엄마와 연진이 모두 딸에게 가장 큰 가해자가 됐죠. 맘 편히 가해자를 미워할 수 없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요. 현실에서도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은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전 오히려 100%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동은 엄마가 낫다는 생각도 들어요.

 

Q. 더 글로리 파트 2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성: 더 글로리는 가해자들의 처참한 최후와 동은의 복수 마무리를 끝으로 막을 내렸어요. 그러나 파트 1과 2에서 주여정의 에피소드를 비추며 함께 다룰 것처럼 했음에도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워요. 특히, 파트 3에 대한 언급 하나 없어 조금 답답하기도 했어요.

수민: 저는 개인적으로 동은과 여정의 러브라인이 과하게 부각된 점이 아쉬웠어요. 조금 더 복수에 중점을 두고 피해자들끼리의 끈끈한 연대 의식을 돋보이게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우: 저도 수민이의 의견에 동의해요. 저는 마찬가지로 한 여인의 잔혹한 복수극을 담은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의 첫머리에 나오는 자막이 떠올랐어요. “복수는 차갑게 식혀 먹어야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라는 문장은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를 기대하며 화면 앞에 앉은 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거든요. 김은숙 작가의 최대 장점인 로맨스가 복수극이라는 장르물의 농도를 한층 흐리게 만든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동은처럼 긴 세월 복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굳센 여성에게 아직도 백마 탄 왕자가 필요했는지도 의문이었죠. 좋은 집안과 의사라는 높은 사회적 위치를 가진 여정이 ‘약자들의 연대’에 합류하기 위한 서사도 얕다고 느꼈고요. 또 저는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개의 파트로 나누니 파트 2의 몰입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어요. 파트 1과 2는 사실 비교할 거리가 아니고 하나의 이야기인데, 중간에 끊긴 이야기를 두달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에 이어서 보니까 자연스럽게 둘을 비교하고 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넷플릭스의 실수라고 생각해요.

 

더 글로리 관람 전, 함께 보면 좋을 드라마나 자료가 있다면?

지성: 저는 더 글로리를 관람하기 전에 사전 조사를 참 많이 한 편인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더 글로리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2006년 5월 충북 청주 소재의 중학교 3학년 학생 여럿이 동급생 한 명을 표적 삼아 20일간 상해 입힌 고데기 온도 체크 사건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어요. 아직 더 글로리를 관람하지 않은 독자라면 필히 실제 사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를 바란다고 권하고 싶어요.

수민: 특별한 자료보다 미리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주면 좋을 것 같아요.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이라는 굵은 나무에 잔가지처럼 다양한 폭력문제를 내포하고 있거든요. △가정폭력 △언어폭력 △경찰 내 계급폭력까지. 이런 폭력에 어떤 이는 복수로 또 누군가는 용서로 대응하잖아요. 내가 동은의 입장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한 번 고민해보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방법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선우: 사적인 복수가 관객의 분노 포인트를 건드려 해소시켜주는 형태의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신이 있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더 글로리를 보는 내내 드라마 ‘모범택시’가 생각나더라고요.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는 것들을 양지로 끄집어 내 벌을 주는 장면은 매체의 순기능을 도와요. 관객들은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권선징악 마인드를 일깨워 주니까요.

 

박선우 기자Ι202110242psw@kyonggi.ac.kr

이수민 기자Ιleesoomin22@kyonggi.ac.kr

홍지성 기자Ιwltjd042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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