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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즐거운 나눔, 행복한 사회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2-12-02 1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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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를 생활화하는 선한 사회적 열풍
연말 뉴스를 보면 종종 유명 연예인이 거액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훈훈한 연말 분위기 속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작은 기적은 없는 걸까? 이에 본지는 올겨울 쉽고 재밌게 기부하고 마음속 따뜻함도 채울 수 있는 퍼네이션에 대해 취재해봤다.

부담감은 낮추고 사회적 온기는 높이고


 퍼네이션은 Fun(재미)과 Donation(기부)의 합성어로 즐거운 기부 문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기부 금액보다는 기부 방식에 초점을 두고 나눔 활동을 통해 개개인이 느끼는 흥미와 행복에 집중하자는 것이 퍼네이션의 목적이다.

 과거의 기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헌신과 자기만족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기부는 점차 봉사자의 기쁨 그 자체에 그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리하여 최근의 기부는 참여하는 즐거움과 이를 통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가미된 새로운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재탄생했다.


챌린지부터 소비를 통한 기부까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바로 퍼네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2년 3월, 한 보스턴 대학 졸업생이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유도할 목적으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인증 동영상을 올리고 뒤이어 참여할 세 사람을 지목하면 되는 간단한 릴레이 퍼네이션이다. 지목당한 뒤 24시간 이내에 동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하면 100달러를 루게릭 환우 단체에 기부하게 되는데 실제로 해당 챌린지를 통해 불과 1년 만에 약 1,820만 달러의 기부금이 추가로 모금되는 사회적 선순환이 발생하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루게릭 환자를 돕는 릴레이 퍼네이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이 밖에도 소비가 기부로 이어지는 일석이조의 퍼네이션 역시 각광받고 있다. 인권을 위해 행동하고 폭력에 반대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는 프로젝트의 첫 동반자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택했다. 그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만개하기 직전의 꽃으로 표현해 △가방 △반지 △핸드폰 케이스에 새겨 벌어들인 판매수익의 50% 이상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운영 기금 △위안부 역사관 박물관 건립기금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복지 기금에 보탬이 되고 있다. 마리몬드는 이에 멈추지 않고 학대 피해 아동과 손을 잡고 '프로젝트 나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군 '위안부'를 돕는 소비 퍼네이션, 마리몬드 핸드폰 케이스와 에코백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매년 무한도전 달력을 직접 제작 및 판매한 영업 이익으로 기부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2009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약 47억 원 이상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력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달했다고 밝혀 구매에 동참한 시청자들도 고스란히 기부의 뿌듯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 노력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달력 굿즈 퍼네이션

우리의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면


 이처럼 퍼네이션은 즐거움을 통해 기부가 주는 사회적 무게감을 덜어냈고 '얼마'보다는 '어떻게'를 중시함으로써 기부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 또한, 작고 가벼운 기부도 사각지대에 놓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의 손길이 될 수 있음을 알려 기부 참여도 향상에도 좋은 조력자가 돼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퍼네이션이 기부의 본질을 흐리고 그저 한 개인의 좋은 사회적 평판 획득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전히 퍼네이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를 두고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작은 한두 푼이 모이면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퍼네이션이 가진 결함들을 보완하고 다듬어 잘 정착시키면 분명 소외되는 사람 없는 온기 가득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수민 기자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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