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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망 이용료 분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소비자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10-22 1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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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통신사 “망 이용료 받아야 한다”, CP “콘텐츠 산업 발전 저하”
지난달 29일,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국내 영상 시청 최대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떨어뜨린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트위치는 망 접속료에 따른 운영비가 꾸준히 증가해 이를 감당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망 이용료 분쟁의 배경과 이를 두고 맞서는 두 세력 간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망 이용료, 무엇이 문제일까


 과거 개인과 기업(이하 사용자)은 △국제 통화·메시지 △사진 △동영상 전송 등 망을 이용하기 위해 망 사업자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통신사 등의 망 사업자가 사용자를 차별·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망 중립성’을 반영한 정책이 생겼다. 이에 현재 전 세계 망 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별도로 받지 않고 ‘망 접속료’만 받고 있다. 망 이용료는 인터넷 이용량에 비례해 접속료와 별개로 부과되는 비용이나, 망 접속료는 접속용량의 개념이기에 인터넷 이용량에 상관없이 이용하는 서버 크기에 따른 접속료만 내면 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신자종량제를 시행했다. 이로써 데이터 발신량이 많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망 사업자는 그렇지 않은 망 사업자에게 돈을 내야 할 의무가 생겼고, 이는 사용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텔레지오그라피 자료에 따르면 발신자종량제 시행 이후 한국의 망 접속료는 런던·파리의 8배, 미국의 5~6배로 올랐다. 이에 수많은 콘텐츠 제공자(Content Provider, 이하 CP)가 한국을 떠났다. 트위치 사건이 논란이 된 이유는 대기업 플랫폼마저 접속료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비스 품질을 낮췄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8일 망 사업자들 사이에만 적용되던 통행료를 CP들에게도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망 이용료 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인터넷 이용량에 따라 CP들에게 요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망 이용료 정책이 통과되면 시민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소통하기 위해 통신사와 관련 기업들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자의 이익을 지키려는 두 세력


 그렇다면 각자의 입장은 어떨까. 이번 이슈로 더 큰 논란이 생기기 전인 지난 2020년부터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넷플릭스 간의 망 이용료 분쟁이 있었다. SKB는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 이용량의 상당수를 차지해 과도한 트래픽 부담을 준다며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전송 체계를 구축해 국내 망 사업자들의 부담을 경감해주는데 망 이용료까지 내야겠냐고 항변했다.


 작년 6월, 1심에선 SKB가 승소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에 접속 및 연결하는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망 중립성은 트래픽을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망 이용은 무상이라는 원칙이 아니며 연결 여부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판결 여부에 힘입어 △KT △SKT △LGU+ 등 주요 통신사들은 망 사용에 따른 대가는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P들의 입장 또한 단호하다. 안 그래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CP들은 이미 국내외의 망 접속료에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래픽에 비례한 망 이용료까지 부과된다면 소규모 CP들은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것이고, 이에 국내 인터넷 콘텐츠 산업의 다양화와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망 이용료 법이 통과되면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망 이용료를 걷게 된다. 이에 따라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CP들 또한 마찬가지로 해외로부터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는 더 적게 게시되고, 국내외 CP들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더 많은 이용료를 걷을 수도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내 통신사들은 트래픽을 핑계 삼아 통신료를 올릴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결국 망 이용료 분쟁은 대형 CP들과 국내 통신사들이 본인들의 이익을 구하고자 대치하는 싸움이며,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소규모 CP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가 있기에 지금의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통신사도 대형 CP들도, 조금의 양보로 소비자들을 위한 선택을 해야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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