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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늪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 마약 청정 국가는 옛말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2-10-22 13: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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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범률 36.6%이지만 중독 재활치료 인프라도 부족
최근 온라인을 통해 마약이 암암리에 종류별로 판매되고, 유명 연예인의 마약 혐의까지 적발되고 있다. 게다가 중독성이 높은 마약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중독재활센터의 원활한 운영에 한계가 있다. 이에 본지는 마약에 스며들고 있는 사회의 실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마약 청정 국가는 사라졌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에는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고 2020년에는 1만 8,050명까지 증가했다. ‘돈 스파이크’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가수 겸 작곡가 김민수는 지난달 26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 경찰은 다른 피의자를 조사하던 중, 김 씨가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그를 붙잡았다. 법원은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비단 이런 마약 범죄는 연예계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있다. 지난 10일 채팅 앱에서 만나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한 남녀가 마약류 관련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이 그 사례 중 하나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검거된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은 호텔 객실에서 필로폰을 투약해 환각 상태에 빠져 있었고, 부모의 신고를 통해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마약 투약 후 자살소동을 일으킨 한 20대 남성도 있었다. 이 남성은 전신 마취제로 사용되는 마약물질을 스스로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구해지는 마약, 어려워진 검거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마약과의 접촉은 더 쉬워졌다. 다양한 SNS를 통해 마약 광고에 자주 노출되고 관련 은어(△아이스 △작대기 △허브 등)를 통해 마약을 구매하는 범죄까지 쉽게 이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 5일부터 20일 사이 텔레그램에 게시된 마약 판매 광고를 보고 암호화폐로 필로폰 등 다양한 마약을 구매한 15명이 검거됐다. 실제 다크웹이나 텔레그램에서 익명성을 이용하며 가상자산을 통하는 등 마약 거래 방법과 사례가 늘면서 수사가 한결 어려워진 것도 문제되고 있다. 우선 확인이 어려운 해외 채팅앱을 쓴다는 점이 수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마약 유통구조가 국내에서 국외로 넘나들며 인터넷을 통 해 전 세계로 퍼져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지난 2019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약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국민인식도는 68점으로 전체 평균 75.7점보다 낮은 결과를 보였다. 이처럼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낮고 마약 접근도 수월해진 사회 속에서는 관련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위험이 있다.


마약 재범 심각한데 중독자 지원은 부족


 중독이란 이미 의지나 통제를 벗어난 상태이기에 중독자들은 약을 끊는 것이 ‘죽기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 범죄자의 재범률은 작년 기준으로 36.6%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의 치료기관이 충분하지 않아 중독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전국에는 21개의 마약류 중독자 전문 치료병원이 존재하는데, 그 중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단 2곳뿐이다. 그 이유는 마약 치료 예산 지원이 부족해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 병원에 배당된 예산은 연간 2억 800만 원이다. 하지만 마약류 중독자의 한 달 입원 치료비는 최소 500만 원으로 한 명을 치료하더라도 많은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중독 치료는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전문 인력 및 시설이 부족해 운영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라며 “중독 재활치료 인프라 마련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약의 악순환을 지속시키는 마약 중독 치료의 양적 부족을 개선할 시점이다.


 어느새 대한민국도 마약범죄가 증가하는 국면을 맞아 집중적인 마약 단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차원적 대책에만 그치지 않고 중독 예방·치료 측면의 개선을 통해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서희 기자 Ι seohee096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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