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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동의 없이 녹음하면 처벌받는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발의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10-05 16: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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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욱 엄격해진 개정안, 배제할 수 없는 자유의 역침해 가능성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통화 중 그 내용을 녹음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려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본 개정안의 △발의 배경 △영향 △실효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통신의 자유를 위해 더욱 엄격해진 개정안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은 국민의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고자 제정된 법으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제3자로서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경우 법에 저촉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부여한다.


 지난 8월 18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은 쌍방의 동의 없는 녹음일지라도 당사자가 녹음했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아 법적 증거로도 채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일지라도 대화를 녹음할 때는 모든 참여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통비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처벌 수위 자체는 이전과 같으나, 처벌 기준이 엄격해진 것이다.


아직까진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정안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사생활 등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윤 의원 또한 음성을 통해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현행법의 인권 침해 소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상·사무적 불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화를 기억하거나 자료로 보관하는 등 단순 보유하는 일상적 용도로도 활용하지 못해 불편과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녹음본을 △내부 고발 △범죄 수사 △언론 보도 등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범죄 수사에선 △이은해 계곡 살인사건 △허위미투 무고사건 △블랙컨슈머 갑질사건 등은 녹음본이 주요 증거로 기능했다. 법조계 일각은 당사자 간 녹음까지 법적으로 규제한다면 수사기관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공익을 위한 대화 녹음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8월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개정안 발의에 반대하는 응답은 503명 중 322명(64.1%)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통화 녹음이 공익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본인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에 발의에 반대했다고 응답했다. 개정안은 통신의 자유를 위해 발의됐다고는 하지만 △공익을 위한 내부 고발 △범죄 수사 △언론 보도 등의 자유를 역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윤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언어폭력, 협박, 성범죄 및 성범죄 무고 등 직접적인 위협이나 범죄 노출의 경우는 법 적용 예외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예외 사항을 추가한 수정안을 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통비법은 현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이기 전 과거에도 여럿 언급됐었다. 당시에는 수사의 효율성보다 헌법적합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여론이 주였으나, 현재는 내부 고발, 범죄 증명 등을 위해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통화 녹음은 상대적 약자가 사회적 강자의 갑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상대적 강자의 개정안으로 이를 차단하면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결국 중요한 건 개정안으로 사회·제도적 불합리함에 놓이게 될 사람이 있느냐다. 사생활과 통신 비밀 보호를 위한 것일지라도 국회는 제도로 인한 불합리함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법의 취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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