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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스토킹 범죄를 향한 무관심, 강력 대응 필요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2-10-04 15: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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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치 미흡하다는 지적 나와
최근‘신당역 스토킹 살인'으로 스토킹의 심각성이 사회에 대두됐다. 이 사건으로 스토킹 처벌법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여전히 피해자 보호 체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스토킹의 심각성과 대응 체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또다시 스토킹 피해 사건 발생

 지난달 14일, 20대 후반의 여성 역무원 A씨가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에 30대 초반의 남성 전주환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당했다. 경찰은 화장실 비상벨을 통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결국 A씨는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전주환과 A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다. 전주환은 이 점을 악용해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으로 피해자의 옛 주거지와 당시 동선을 미리 수집했으며 사전에 흉기와 일회용 위생모 까지 준비하고 A씨를 약 1시간 넘게 기다리는 등 계획적인 범죄를 시도했다. 당시 전주환은 지난 2019년부터 300여 차례 ‘만나 달라’는 연락 및 불법 촬영 영상을 빌미로 피해자 A씨를 협박해왔다. 이에 전주환은 스토킹 혐의로 기소됐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방치되는 스토킹 범죄

 스토킹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경계의 수위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스토킹이 피해자에 대한 단순한 집착과 접근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2018년 전국범죄 피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스토킹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할 가능성은 스토킹 피해 무경험자대비 13.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성긴급전화 1366 경기센터 변현주 센터장은 “실제 스토킹에서 폭력, 살인과 같은 중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다반사지만, 대부분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이유로 개인의 문제라고 쉽게 판단해 범죄의 위험성을 무시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직도 스토킹이 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는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실제 신당역 피해자 A씨는 약 2년여 동안 이어진 전주환의 불법 촬영으로 극심한 피해를  받아, 작년 10월과 지난 1월 그를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고소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구속 영장이 신청되더라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범죄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와 미흡한 피해자 보호 의지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 개선돼야

 이에 스토킹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기소된 피고인들의 대부분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 났다. 이에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스토킹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처벌 개정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됐는데 지난달 25일 정부는 이 조항을 삭제했다. 그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 요청을 위해 협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실제 1366 경기센터 상담 사례에 따르면 이 조항으로 인해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합의 요청을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 대응의 변화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 센터장은 “여전히 사회 사각지대에서는 스토킹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행 피해자 지원 체계의 한계점 때문에 피해자의 강력한 대응에도 물거품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피해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지원 체계 마련에도 집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피 해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따라서 스토킹은 심각한 범 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스토킹 문제 해결에 다각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서희 기자Ιseohee096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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