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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陳腐)와 참신(斬新)의 역동적 관계
  • 편집국
  • 등록 2022-09-26 00: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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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陳腐)는 썩은 고기를 자랑하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자랑삼던 고기가 좋은 것의 대상이었다가 시일이 경과하여 썩은 것이 되고, 악취를 풍기게 되었다. 자신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신선한 고기가 썩은 것이 되어 더럽고 추악한 것이 되었다.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인물은 그 과시가 고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이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린 줄로 착각한 셈이다. 썩은 고기 때문에 결국 부질없이 패망하게 된다. 진부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이러한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참신(斬新)은 글자대로 본다면, 고대 중국에서 형벌의 틀인 수레와 도끼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의 구태의연한 것과 결연하게 단절하고 과감에서 끊어내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삼스럽게 자신의 구실을 분명하게 하는 인물이 곧 참신한 인물이다. 참신한 사람은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맡은 바를 과단성이 있게 행하는 인물이다. 


 인물의 하마평도 이와 같은 대립 관계를 표현하는 말들이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는 말은 진부한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와 달리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은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진부한 인사와 참신한 인사가 서로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일이 큰 일이 되고, 인사가 만사가 되려면 진부한 인물과 참신한 인물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인간의 세상사 전개에서 우리에게 주는 몇 가지 말들이 있다. 곧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말이 있다. 진부와 참신이 역동적으로 만나는 말일 것이다. 그것을 두고 세 가지 말을 들어서 예증삼아 인간 세상살이의 중요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고지신(溫故知新), 계왕개래(繼往開來), 법고창신(法古創新) 등이 이러한 예증으로 적절하다. 


 온고지신은 <<논어>>에서 유래된 말인데, 그 자체로 진부한 뜻이 되었으나, 여전히 높은 힘을 발휘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옛것을 탐구해서 새로운 것을 안다 정도의 뜻이지만 과거와 현재 및 미래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역동성을 지닌다고 하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온(溫)이라고 하는 글자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여 주희의 경우에 이 말을 심역(尋繹)이라고 하였으니 천의 솔기에서 실을 풀어내는 것처럼 옛것을 찾아서 탐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샅샅이 찾아 옛것도 알고 새것도 알아야 한다. 


 계왕개래는 과거를 잇고 미래를 연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항용 널리 쓰이는 말인데, 이에 대해서 가장 신선한 뜻을 담게 한 학자는 19세기의 기학자인 최한기의 <신기통>(神氣通)에서 적절한 예증을 찾을 수 있다. ‘선비에게서는 과거를 잇고 미래를 개도하는 미립에 통달하여야 한다’(於士 通其繼往開來)고 한 것에서 적절한 예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과거와 미래는 어떠한 관련을 가진 것이어야 하는 점을 두고 깊은 고민의 자취를 이러한 말로 전개한 바 있다. 역사적 변화와 발전의 법칙을 하나의 이치로 내는데 이러한 용어가 필요하였던 모양이다. 


 법고창신은 문학창작의 용어인데, 절실한 사연을 갖춘 말이 되었다. 이 말은 박지원의 <초정집서>(초정집서)에 등장하는 말이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학 창작 지침을 두고 말하는 것을 대립적으로 통일하여 이렇게 갈무리하였다. ‘옛것을 본받는다고 하는 사람은 옛 표현에만 얽매이는 것이 병통이고, 새롭게 지어낸다고 하는 사람은 법도(法道)에서 벗어나는 게 걱정거리이다. 진실로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롭게 지어내면서도 능히 법도에 맞을 수 있다면, 지금의 글이 바로 옛글인 것이다.’(法古者 病泥跡 刱新者 患不經 苟能法古而知變 刱新而能典 今之文 猶古之文也) 이 말에 절실한 뜻이 있다. 문학 창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세상 이치에 이 모든 것을 적용하게 되면 우리의 미래는 새롭게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 대학은 현재 어디에 서 있는가! 진부와 참신의 사이에서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아갈지 대학의 미래에 대한 결단과 선택을 통해서 바람직한 인사를 이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 미래를 위하여 인사를 단행하고 현재의 문제를 후속 세대에게 조속히 해결하는 결단과 처결이 필요하다. 머뭇거리고 있으면서 어찌 장래가 있기를 희망하는지 궁금하다. 주저하지 말고 우리 구성원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눈을 맞추어야 하는 주체가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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