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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초과근무의 비애, 버스 근무환경은 어떻게 개편돼야 하는가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09-26 0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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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로 현장에서 바뀌어야 할 것들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 분석과 버스기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초과근무 노동자들의 처우와 근무 실상을 상세히 확인해보고자 한다.


초과근무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돌봄업종, 지역별 취약업종 등 총 49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48개소(약 9.6%)는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으며 위반 사업장 직원들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시간은 주당 평균 6.4시간이다. 그렇다면 왜 사업장이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는 것일까. 고용부에 따르면 위반의 주요 사유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런 업무량 증가다. 지역별 취약 업종의 경우 근로시간 관리 소홀, 상시적인 구인난 등이 주요 사유로 꼽혔다.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희생된 젋은 버스기사


 취약 직종의 대표적인 사례로 버스기사가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버스기사 古 민성원 씨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동료들의 괴롭힘도 그의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도 민 씨를 괴롭혔던 것은 가혹한 근무 환경이었다. 민 씨의 근로계약서에는 주 6일 근무, 일요일에 추가 근무도 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휴게시간을 제외하면 근무시간은 일 8시간이다. 계약서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보이나, 민 씨는 격주 일요일마다 오전 5시경 첫차부터 오후 11시 막차까지 모든 운행을 소화해냈다. 월요일부터 그 다음 주 토요일까지 13일 연속 근무를 하며 한 달에는 2~3일 밖에 쉬지 못한 것이다. 민 씨가 다녔던 회사는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었음에도 실 근무 시간을 따져보면 주 52시간을 한참 넘는다.


근무제 개편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


 위와 같은 상황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상반기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함과 동시에 주 52시간제 제도 자체에 대해 재고했다.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장 전체적으로는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현행 노동시간 규제방식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업장이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고용부는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노동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월 단위로의 개편은 근로시간의 유연화에 가장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기업은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고, 근로자는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난달 3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조업 현장 근로자들을 만나 연장근로에 대한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한 결과 근로자 대부분이 연장근로를 통해 임금을 더 받기를 희망했으며, 노사 합의를 통한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에 찬성했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선 노동자의 과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 이상인 사업체의 산재율은 40시간 미만인 사업체의 5배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1,500시간보다 높은 1,928시간으로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위험이 큰 상황에서, 노동계는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특정 시간대에 집중된다면 노동자의 과로 위험과 산업재해율이 올라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포괄임금제가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포괄임금제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해 실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도 포괄임금제로 계약해 주 52시간제를 초과하며 근무했음에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명 ‘공짜 노동’으로 착취당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이 정책으로 시행된다면 노동시간 한도가 늘어나며 초과근무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기에 악용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이에 고용부는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고 노동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노사 합의를 통해 연장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겠다 했으나, 이 또한 노사 간 수평적인 위치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준공영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버스기사 A씨의 애환


 버스기사의 근무 환경은 크게 준공영제에 따른 1일 2교대 근무제, 그리고 주 52시간 탄력근무제로 나뉜다. 본지가 만난 수원여객운수는 후자의 경우로 초과근로가 비교적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이 책정돼 있어 사전에 노사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초과근무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수원여객 버스기사 A씨는 다른 기사들이 그렇듯이 격일제 근무로 하루 17시간가량을 일하고 하루를 쉰다. 여기서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다 보니 2주간의 탄력근무를 할 필요가 있다. A씨는 수원여객을 포함한 대부분의 버스기사는 2주간 탄력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다루는 건 운수 업계에선 의미 없다며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주 52시간제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법으로 준공영제를 수차례 언급했다. A씨는 업무가 길어질 때는 하루 19시간까지도 일한다. 새벽 첫차인 경우 오전 4시 10~20분에 나와 차고지까지 가서 운행을 준비해야 한다. 막차까지 운행하는 경우 오전 다섯 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1시에 마친다. 출퇴근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하루 중 22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고 하루를 쉬는 셈인데, 이러한 근로 방식은 버스기사에게 심각한 피로와 업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준공영제가 보편화된 서울과 경기 버스기사의 월급 차이가 많게는 70~80만 원 가까이 차이 난다고 말하며 임금 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그밖에도 끼니 해결이나 휴게 방식 등에 있어 현재 버스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무척 열악하다는 점을 호소했으며, 이러한 문제점들은 준공영제가 실시되면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기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오는 30일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경기도에 있는 버스를 모두 준공영제로 전환하자는 목적으로 서울·경기권에서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과근무를 최소화할 방안은


 초과근무는 비단 앞서 언급했던 버스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 업종, 제조업 등의 취약 업종 또한 비슷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 젊은 층의 유입 단절, 임금 부족으로 인한 인력난 등을 초과근무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초과근무로 발생하는, 그리고 미래 근무제 개편으로 발생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변경되는 근무제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가 가장 먼저 필요할 것이다. 기존 유연근무제 주요 유형인 △선택적 △탄력적 △집중 근로시간제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데 있어 합의가 이뤄져야 개편 후의 직장에서 유연근무제가 활발하게 적용될 수 있다.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재택·원격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 또는 보상을 준비함으로써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가 증가함과 동시에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리라 예상된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서 우선시되는 과제는 현재 성행하는 편법적 초과근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의 시행 방식에 따라 근로자의 과로 문제가 해결될 수도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앞서 버스기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됐던 준공영제와 같이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시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정부와 노동자 간 충분한 합의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양측 간의 원활한 이해와 소통이 이뤄진 상태에서 변동된 정책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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