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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섬세한 움직임으로 천부인권 보장하자
  • 황현빈 수습기자
  • 등록 2022-05-30 18: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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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후 2시 30경,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의 한 마트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10명이 숨졌고 3명이 다쳤다. 범인은 18살 백인 남성 페이튼 젠드런으로 범죄를 일으키고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으나 붙잡혔다. 그는 군용 무기들로 중무장하고 자신의 범죄를 1인칭 게임 화면처럼 SNS에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 사건은 사상자의 약 83%가 흑인이었고 송출된 영상에는 흑인이 아닌 점원을 발견하고선 겨눴던 총을 거두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번사건은 아직도 사회에 유색인종 차별이 남아있음을 증언한다. 


 범행 전 그는 극우 음모론 사이트 ‘4chan’과 소셜미디어에 범행 동기와 준비 과정 등을 자세히 기술한 180쪽 분량의 선언문(manifesto)을 올렸다. “백인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유색인종의 이민과 출산율 급증으로 유럽계 백인이 밀려나고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인종 대교체 이론(Great Replacement Theory)’을 들어 범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전적을 가졌기 때문에 수사당국은 해당 범죄를 유색인종 차별로부터 비롯된 범죄라고 판단했다.


 위 범죄가 일어나기 전까지 유색인종 차별로 인한 범죄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이었다. 위조지폐를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해 목숨을 잃게 만든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적 관행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시위 등을 불러일으켰다.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으로 유색인종 차별 문제가 이목을 집중 받으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듯 보였다. 지난 2020년 6월 2일 미국 음악 업계는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흑인 사망 추모에 뜻을 표하고 ‘블랙 아웃 튜스데이(Black out Tuesday)’캠페인을 통해 조용한 시위를 열었다.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점차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과 총격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며 본래의 의미를 잃어갔다.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으로 온 기회는 유색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버팔로주 총기 난사 사건은 다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첨예하게 의견과 행보를 매만져야 한다. 문구의 부적합성과 시위의 변질가능성을 경계하며 사회 전반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섬세한 민중이 되자.

 

황현빈 수습기자 I 2hwangbin@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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