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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왜 장애인 단체는 21년간 투쟁해 왔는가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04-11 16: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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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순환이 끊기지 않는 이유
작년 12월 20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수도권 전철역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에 휠체어 바퀴를 넣어 출근시간대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본지는 수많은 시민의 반발을 산 장애인 단체의 시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반감을 가져온 이동권 보장의 목소리


 장애인 이동권 시위는 2001년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사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시작된 무단점거로 지하철 이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해 화제가 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의 목소리를 내고자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진행했고, 이에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며 수도권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함을 겪었다. 지속되는 시위에 장애인 시민단체에 대해 반발하는 여론은 점점 커져갔다.


극단적인 시위를 진행한 이유


 그렇다면 왜 장애인 시민단체들은 왜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시위를 진행한 걸까. 시위 확산의 배경 중 하나는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은 이동권 개선이다. 연이은 리프트 사고에 투쟁을 벌이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 뒤 서울 시는 일부 역에 설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지난 2015년 당시 박원순 시장은 올해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 하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이 극단적인 시위를 진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언론과 정치계의 무관심이다. 지하철 시위가 본격화되던 작년 12월 3일에서 20일까지 수차례 이동권 보장 시위가 열리고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조선일보 △한국경제 △경향신문 등 주요 신문사에서 관련 내용을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KBS나 SBS 등의 공영 방송사에서도 거의 보도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이며 대부분의 대형 신문사·방송사에서 해당 이슈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정부·정치권의 대응


 전장연은 “작년 12월 31일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예산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대선 후보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하면 시위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심상정 후보는 “이동권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장애인 선진국을 만들겠다”며 시위 현장을 찾았고 TV토론에서 이동권 보장 요구를 언급했다.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했으나, 대선이 끝나자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재개했다. 이를 인식해 지난달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시위 현장을 찾아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볼 테니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으나, 장애인 단체는 인수위 측에서 추상적인 답변과 계획만 제시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장연은 “오는 20일까지 제대로 된 답변이 없으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의 확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물론, 정부·정치권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의 행보와 요구사항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다. 이번 시위 반대 의견의 중심이 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5일 SNS에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시위가 무고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극단적인 투쟁 방식으로 변화한 점을 꼬집었다. 28일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불법시위를 해야 의견이 관철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말하며 시위의 극단적인 면모를 다시 한번 비판했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취지로 지하철에서 진행됐지만, 전장연은 정부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 예산과 탈시설 예산 6,224억 원을 요구하는 등 이동권과 연관 없는 요구사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시위의 명분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 반복돼 온 악순환의 해결법은 시위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더 나아가 장애인 복지에 대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정치권의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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