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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불협화음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3-14 08:30:57
  • 수정 2022-03-15 09: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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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제목 옆에 있는 ‘inst.’를 본 적 있는가? ‘inst.’는 Instrumental의 약자로 보컬 파트를 제외한 반주를 의미한다. 기자는 맘에 드는 노래가 생기면 그 노래의 inst를 찾아 듣는 취미가 있다. 우리는 노래를 들을 때, 보통 목소리에 집중하는 데 inst는 배경음악에 집중함으로써 악기들 간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악기 하나하나의 연주를 듣다 보면 그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기자가 inst를 즐겨 듣게 된 이유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많은 요소를 조합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가끔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악기가 나올 때도 있고, 때로는 하나의 악기로만 음악이 전개되기도 한다. 이렇게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음악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스 △피아노 △드럼 △기타 등 다양한 악기가 3분짜리 노래를 구성하는 것처럼, 우리의 하루도 여러 악기로 구성된 1,440분짜리 노래가 아닐까? 기자는 그날의 ‘감정’과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우리의 삶을 연주하는 악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매일 찾아오는 하루를 ‘오늘의 노래’라고 칭한다. 세상은 말하는 대로 될 수 없기에,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맘에 들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론 예상치 못한 악기가 곡을 살리는 메인 멜로디가 되듯, 그 요소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를 채울지 모르는 일이다. Instrumental의 뜻은 ‘기악곡’이지만 동시에 ‘(어떤 일을 하는 데) 중요한’ 이라는 의미이기도 한데, 이는 오늘의 노래에선 불협화음의 주범이었던 악기도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뜻이 아닐까? 


 기자의 ‘오늘의 노래’는 △최종정정의 긴장감 △이를 이겨낸 성취감 △수공강의 설렘이라는 악기로 구성했다. 당신의 ‘오늘의 노래’는 무엇으로 채워졌는가? 맘에 들 때까지 녹음하고, 몇 번이고 편곡할 수 있는 일반 노래와 달리 우리의 하루는 한 번 지나가면 수정할 수 없기에 세상에서 가장 엉망인 노래가 될 수 있다. 하지 만 이 음 저 음 누르다 보면 좋은 소리를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찬 하루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오늘의 노래가 불협화음일지라도 괜찮다. 우리에겐 내일의 노래가 있으니. 



글·사진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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