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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랫소리를 따라가던 것처럼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2-03-02 16: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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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가 TV 음악 탤런트 쇼 진행자로서 최고령 기네스북에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 책이 떠올라 다시 꺼내 보게 됐다. 제목부터 청소년문학인 ‘열여덟 소울’을 기자가 처음 만났던 건 중학생 때다. 나이가 열여덟이 될 때 문득 떠올라 다시 꺼내 보게 됐고, 청소년이 아닌 지금 다시 읽어보게 됐다. 새롭기도 했지만, 이전에 책을 덮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찾아 나선 어머니를 대신해 할머니한테 맡겨져 고아처럼 키워진 형민은 ‘전국노래 자랑’에 나가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할머니와 함께 이에 참가하게 된다. 형민의 절친 공호는 캐나다에 조기 유학을 다녀오던 때 다른 남자와 눈이 맞은 어머니가 캐나다에 눌러앉게 되면서 가정이 해체된 후, 온종일 소주를 퍼마시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밑에서 소심하게 자라 말을 더듬게 된 조미미. 이렇게 어딘가 무너진 어른들의 사정에 조금 일찍 철이 든 열여덟의 세 아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희망을 버리고 행복해지면 그게 진짜 행복일까? 

희망을 가지고 불행해지면 그게 진짜 불행일까? 

- 열여덟 소울 中 


가장 이상적인 독자는 어딘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또 다른 △형민 △공호 △미미다. ‘열여덟 소울’ 은 힘들고 외롭고 아픔을 겪는 열여덟 또래의 청소년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가끔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마다 제 몫의 아픔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걸 깨닫는 것으로도 작은 위로가 된다. 소울이 없는 노래는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 형민이 애절함이 담긴 미미의 노랫소리를 따라가던 것처럼, 이 책의 소울에 물 흐르듯 읽히는 문장을 끝까지 따라가게 될 것이다. 


어째서 ‘전국노래자랑’이었을까? 할머니는 단순히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에 형민과 손잡고 전국노래 자랑에 나가기로 마음 먹은 것일까? 그 이유를 깨닫게 될 때면 저도 모르게 울컥할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의 꽃인 인기상은 스스로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끔찍하다고 상상했던 형민은 미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공개 고백한다. 이에 더해 할머니와 손자의 랩과 춤을 곁들인 ‘잘했군, 잘했어’, 노랫가락을 읽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마무리다. 페이지 저편에서 송해 아저씨가 외치는 듯 들리는 인기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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