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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한 용서의 자세
  • 오혜미 정기자
  • 등록 2021-10-20 09: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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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정호승은 1973년 대한일보 신촌문예에서 첨성대로 데뷔했고, 1979슬픔이 기쁨에게를 출간했다. 문학계에서는 슬픔이 담겨있는 시문을 짓는다고 슬픔의 시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1976反詩(반시) 동인을 결성해 활동했고 한국 사회의 그늘진 면 분단의 현실 산업화 등으로 변해가는 것을 토대로 이를 달래는 시문을 써 왔으며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따스함을 주는 시문을 지어내기도 했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2017210일 출간된 도서로 등단 40년 기념 시집 여행이후 4년 만에 새롭게 선보였던 시집이다. 이에 시인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존재로서의 비극적 자기인식과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성찰이 깃든 맑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사람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할 때가 가장 아름다우므로

용서하는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은 없으므로

사랑은 용서를 통해 완성되므로

이별할 때는 부디 용서의 눈물을 잘 닦아주거라

-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이별을 위하여

 

 위의 시의 구절은 이 세상을 살아가며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했던 누군가와의 이별에 있어 용서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을 했기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고 이별을 겪을 때 밀려오는 실망감과 미워하는 마음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크기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각자 느끼는 감정의 크기로 헤어진 상대방을 잊는 시간은 모두 다 다르다.

 기자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그 시간 동안에는 믿었던 상대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되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희망을 가지고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변화가 없었다는 모습을 보며 실망하는 시간 과거에 얽매어 있는 시간 과거를 받아들이는 시간 등 다양한 시간들이 함축 돼 있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헤어짐 후에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용서를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별 후 마음속에서 용서를 한다면 사랑의 마무리, 즉 사랑의 끝맺음으로 이어지고 상대방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어쩌면 기자는 그 사랑의 끝을 외면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앞으로 남은 시간은 용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보려한다.

 

오혜미 기자 ohm02051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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