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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31 09: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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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 연쇄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부산 엄궁동 사건의 공통점은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비록 무죄가 밝혀졌지만 이들은 이미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청춘을 감옥에서 낭비했고, 무죄 판결 이후에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억울함은 과연 보상이 가능한가?


누명을 쓴 사람들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 썼다가 수십 년이 지나서야 누명을 벗고 억울함을 풀게 된 사람들이 있다. 먼저, 이춘재의 8차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쓴 윤성여 씨다. 1989년 어느 날 경찰은 “네가 범인이다”라며 집에서 식사하던 윤씨를 체포해갔다. 이후 윤씨는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들로 거짓 자백을 하게 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재심’으로 알려진 약촌 오거리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사건 목격자였던 최모 씨에게 감금·폭행 등으로 거짓 자백을 강요했고, 결국 최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또 최근 부산 엄궁동 살인사건의 가해자라는 누명을 벗은 장동익 씨가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 해 화제가 됐다. 변호사 시절 부산 엄궁동 살인사건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내 30여 년 변호사 생활에서 가장 한이 남는 사건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괴로웠던 삶과 국가기관의 노력


윤성여 씨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수감된 이후 힘들었던 삶에 대해 “누구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며 “소아마비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교도소 생활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특별사면으로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마친 2009년 출소 당시에도 홀로 1980년대 후반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가 지난 2019년 진범의 자백으로 누명을 쓴 것임이 밝혀졌고, 이후 재판부는 재심을 통해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약 25억 원에 이르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으며 경찰청은 윤씨를 검거한 공로로 특진을 했던 경찰 5명의 특진을 취소 처리했다고 밝혔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과 부산 엄궁동 사건의 누명 피해자들 또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아냈다. 이들도 억울한 수감생활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에 경찰청은 “이들 사건에 대해서도 특진 취소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세월을 잃어버렸음에도 보상조차 제대로 해 주지 않는 현실


최근 미국에서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30년 넘게 옥살이를 한 형제에게 배심원단이 총 847억 원에 이르는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그러나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 정원섭 씨는 손해배상 소멸시효에서 1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26억 원의 보상금도 받지 못한 채 지난 3월 세상을 떠났다.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1심 진행 당시만 해도 3년 이내였지만 갑자기 6개월로 바뀌며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윤성여 씨에게 누명을 씌운 담당 경찰들은 특진 취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계급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모두 사망하거나 은퇴해 실질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연금과 급여 환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씨는 아쉽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형사 보상금1) 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형사 보상금의 신청률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형사 보상금 제도와 별개 제도인 국가배상제도도 존재하지만, 공무원의 위법 사항 입증이 어려워 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다. 지나간 세월과 훼손된 명예는 과연 누가 보상 해 줄 수 있으며, 절차상의 복잡함으로 보상금을 받기 어려운 현실은 과연 옳은 일인가? 보상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할 것이다.


강신재 기자│sinjai12@Kyonggi.ac.kr


1)형사상의 재판절차에서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거나 재판을 받느라 비용을 지출한 사람에 대해 국가가 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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