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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생태적 삶
  • 편집국
  • 등록 2021-05-18 09: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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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되면 경기대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는 아마도 경기탑 근처의 벚꽃 길일 것이다. 코비드-19이전에는 학생들은 이곳에서 벚꽃을 카메라에 담고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벚꽃 개화일이 해마다 빨라지고 있어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꽃구경을 못할 수도 있을 정도가 되었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해 서울 지역의 벚꽃 개화일이 324일로 평년 기록인 410일보다 17일이나 빨라 1922년 기상 관측이후 가장 빠른 시기라고 한다. 개화시기 뿐만 아니라 온난화 현상은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작년 1월의 평균 기온은 2.8, 6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22.8로 역대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되었으며, 장마 또한 54일 동안 이어졌고 당시 강수량은 평균 686.9mm로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았다.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시베리아의 6월 기온은 38,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8월 기온은 54.5를 기록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태양활동이나 행성과의 충돌 등 자연적 요인과 함께 산업혁명이래 화석연료 소비와 각종 산업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등 인위적인 요인이 지구를 덥게 만들고 있다. 2019년 미국 해양대기청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지구의 평균온도는 14.85이다. 지구도 사람의 몸과 같이 평균 온도가 있는데, 적정온도가 유지되지 못하고 지구의 온도가 1상승되면 심한 가뭄이나 폭우,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0년간 기온상승률은 1.8으로 지구 평균 상승률 0.85의 두 배에 이를 정도여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함을 인식하여 2050년 탄소제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리우환경회의(1992), 교토의정서(2005), 파리기후변화협약(2015)을 통해 진행되어왔으며,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지구의 생명환경이 유지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량과 감축량을 같게 함으로써 탄소제로를 목표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부에서는 탄소제로 목표에 맞춰 그린 뉴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최근 기업들도 ESG경영(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지배구조개선(Governance))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이며 가시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태적 사유와 생태적 삶을 제안한다. 이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전의 생각을 되돌려 자연을 인간과 연결된 존재로 보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생태적 삶은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유기체적 사고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삶을 말한다. 단절되었던 이웃을 살리고 내면의 감성을 회복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인간과 대지와 자연의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

  일찍이 기후위기를 간파하고 현명한 대안을 제시했던 생태사상가들의 생각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제시했던 제임스 러브록(<</span>가이아>, 홍욱희 옮김, 갈라파고스, 2004), 성장지상주의를 돌아보고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규모의 경제를 제시한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span>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상호 옮김, 문예출판사, 2002), 하루에 한번씩은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갖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했던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span>조화로운 삶>, 류시화 옮김, 보리, 2000), 세계화로 인해 무분별하게 개발된 라다크의 파괴된 모습을 관찰하면서 생태적 지혜와 생태 지역회복을 강조했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span>오래된 미래>, 양희승 옮김, 중앙북스, 2015), 우주와 인간과 지구생명체를 한 몸으로 보고 밥 한그릇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한 살림 운동을 전개했던 무위당 장일순(<</span>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녹색평론사, 2016) , 이들의 생각과 책 속에는 기후위기를 맞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혜가 들어있다.

  생태적 삶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3월의 벚꽃이 아니라 4월의 벚꽃을 다시 보기를 기대한다.


                                                                             조극훈(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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