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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17 1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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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초를 찾아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돈이 있는 사람은 무죄로 풀려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재력에 의한 사회적 계급에 따라 다른 처벌을 받는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1988년, 호송 중이던 범죄자 ‘지강헌’이 탈출하면서 벌인 인질극에 의해 사회적으로 회자됐다. 당시 560만 원을 절도한 지강헌은 흉악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징역 7년에 보호 감호 10년을 더해 총 17년을 구형받았다. 반면, 전두환 前 대통령의 막내 동생 전경환은 약 70억 원 이상을 횡령했지만 7년을 선고받았다. 지강헌은 전경환이 자신보다 많은 금액을 횡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자, 이러한 사회에 불만을 가지며 호송 차량에서 탈주하게 된다. 이후 지강헌과 탈주범 일당들은 서울에서 인질극을 벌이게 되는데, 이는 지강헌의 요구로 인해 TV로 생중계 됐다. 당시 방송에서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게 이 사회다” 라며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며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33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지난 2019년, 국민의 힘 소속 장제원 국회의원의 아들인 ‘노엘(본명 장용준)’이 △음주운전 △교통사고 △범인도피교사 (운전자 바꿔치기) △보험사기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그가 휴대전화를 고의로 파손하는 등의 행위를 했지만 구속 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노엘이 모두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의 징역형과 집행유예 2년만을 선고받았으며 검찰은 이러한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진행했을 뿐더러 불공정한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더불어 지난 2월 26일 노엘은 부산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되며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조사 결과 노엘이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음이 밝혀졌는데, 검찰에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대중들은 또다시 권력과 재력에 의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며 비판하고 있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前 회장은 배임 횡령으로 지난 2011년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구속된 후 간암 등을 이유로 병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집과 병원만 오가야 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으나, 이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 △술 △쇼핑 △골프 △담배 등을 하는 모습이 포착 돼 논란이 됐다. 이는 간암 환자의 생활이라고 볼 수 없었고, 결국 지난 2018년 보석이 취소된 후 구속됐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황제 보석’이라며 재벌 총수가 권력과 돈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한 것에 대해 개탄했다.


뿐만 아니라 SK 일가 최철원이 50대 운수 노동자를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매 값’이라며 2,000만 원 가량의 돈을 준 ‘재벌 2세 야구방망이 구타사건’이 있다. 이 폭행사건은 영화 ‘베테랑’의 소재로도 다뤄졌다. 최철원은 폭행사건 이전에도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이웃을 야구방망이로 협박하고, 임직원을 구타하거나 사냥개를 끌고 와 직원들을 협박하는 등의 행적을 저지른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집행유예 3년만을 구형했다.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강헌 사건을 필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알려진 지 33년이 지났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한국 사회에서는 이 말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검찰과 재판부 등이 다루는 법의 공정함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정운호 前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을 청탁받고 억대 뇌물을 받은 김수천 前 부장 판사가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내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명동 사채왕’에게 2억 6,000만 원 가량의 뒷돈을 받은 최민호 前 판사도 실형이 확정됐다.


이처럼 ‘있는’ 사람들의 유전무죄 행위는 말로만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실재한다. 이는 비단 재판 과정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돈으로 탄원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합의를 강요하는 등의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19로 배가 고파 5,000원 가량의 달걀을 훔친 ‘코로나 장발장’은 최소 60일 이상의 실형을 받게된다. 그러나 사람을 폭행하고, 마약을 투약한 재벌과 권력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세상이다.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할 법이 돈과 권력 앞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덧붙이는 글]
검사와 판사 등의 공무원들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것을 선서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드러나는 솜방망이 처 벌과 ‘힘 있는 자’들과의 유착관계는 그들의 선서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법 앞에서 평등하고 동등한 국민으로서 대우 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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