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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다시 대두된 KBO 리그 움짤 규제 논란
  • 조승화
  • 등록 2021-05-17 11: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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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팬층 유입 고민하면서 통로 차단하는 KBO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KBO 리그는 야구에 무관심한 젊은 층들을 사로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신규 팬들이 유입되는 주요 통로 중 하나인 ‘움짤’을 규제하겠다고 나서 팬들의 반발과 비판에 부딪혔다. 이에 본지에서 관련 이슈를 자세히 알아봤다.


지난 2년간 움짤 규제 시도


움짤은 주로 GIF 파일로 제작되는 ‘움직이는 짤방’의 준말로, 야구팬들이 경기 영상을 움짤로 만들어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서 공유하면서 신규 팬들의 유입이 발생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11월, KBO에서 이러한 움짤과 개인 팬이 업로드하는 현장 직캠 영상 등을 제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2020시즌 개막 후 KBO가 단속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팬들과의 충돌이 발생했다. 팬들은 모자이크나 색상 반전 등을 적용한 움짤을 제작하거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KBO를 비판하는 청원을 올리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에 KBO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KBO가 아닌, 뉴미디어 중계·판매권을 가진 뉴미디어 컨소시엄에서 직접 규제에 나섰다. 뉴미디어 컨소시엄 측은 이번 달 부터 고소대행사를 섭외하고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직접 고소 및 고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유튜브나 SNS 등지에 경기 움짤과 팬들의 현장 직캠 영상 등은 업로드가 금지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역시 자신들의 경기 영상을 유튜브와 SNS에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팬들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반발하자 뉴미디어 컨소시엄 측에서는 ‘팬 커뮤니티는 단속 대상이 아니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튜브나 SNS만 단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다


이렇듯 움짤을 놓고 KBO와 팬들의 대립이 시작된 원인은 지난 2018년에 체결된 KBO 뉴미디어 중계 및 콘텐츠 저작권 계약에 있다. 2018시 즌이 종료된 후 KBO는 뉴미디어 중계 및 콘텐츠 저작권을 판매한다는 공고를 발표했다. 당시 2곳이 경합했는데, 경기 영상 무단 재가공을 막는 대신 5년간 1,100억 원이라는 더 큰 규모의 계약을 제시한 △네이버 △다음카카오 △이동통신 3사로 구성된 뉴미디어 컨소시엄에 낙찰됐다.


계약 이후 KBO는 경기 영상 재가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했다. 본래 KBO는 젊은 층의 야구 유입을 위해 유튜브와 아프리카 TV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경기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을 허용하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튜브와 경쟁 중인 이동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일부 구단의 적극적인 반대로 이사회 회의 결과, 구단당 연평균 2억 원을 더 받는 것을 대가로 움짤 등 경기 영상 재가공을 금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 것이다.


미래를 위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해


이러한 결정에 최근 KBO가 고심하고 있는 젊은 팬층의 유입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한국프로스포츠협 회의 발표에 따르면, 스포츠 팬이 아닌 일반 국민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스포츠는 야구였다.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20대의 비율 은 26%로, 지난 2013년 44%에서 상당히 떨어진 상태임이 드러나 KBO는 비상이 걸렸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지만, 메이저리그는 KBO와는 반대로 지난 2018년부터 SNS상에서의 움짤 관련 규제를 완화했고 팬들의 유튜브 영상 업로드도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메이 저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와 조회 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있음에도, KBO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는 통로를 차단해 스스로 발목을 잡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움짤을 단속하는 것은 경기 영상 저작권을 구매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팬들도 이해하지만, 비상업적 목적의 움짤까지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하락 추세에 접어들면서 움짤 등을 이용한 홍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렇기에 KBO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계약을 체결한 만큼,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제가 됐다.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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