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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後] 사랑의 작은 엉덩이
  • 백민정
  • 등록 2021-05-03 09: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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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친척 집은 작년 이맘때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했다. 이름은 ‘지니’. 중형견 크기의 슈나우저 믹스로, 은빛 도는 회갈색 털이 매력적이다.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는 짖음도 없고 순해서 영락없는 천사견인데 유기 당시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분리불안과 외부인 경계가 굉장히 심하다.


 얼마 전 기자가 친척 집을 방문했을 때 지니는 기자를 경계하는 듯이 보호자 뒤에 숨어있었다. 직접 간식을 주고 이름도 부르며 쓰다듬어봤지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기자는 유튜브에서 반려동물 관련 영상을 자주 보는데, 지니의 행동을 보니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면 안 된다던 행동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니가 마음을 열 때까지 편안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지니가 움직이더니 기자에게 엉덩이와 등을 붙이고 앉았다. 강아지가 엉덩이를 대고 앉는 것은 그 사람을 믿고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털복숭이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생경했다.



 코로나 19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2명의 간호사가 의료용 라텍스 장갑에 따뜻한 물을 채워 넣어 물풍선처럼 만든 후에 환자의 손에 깍지를 끼워 주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장갑에 ‘사랑의 작은 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치료법은 손을 따뜻하게 해 혈류 흐름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으로 인해 정서적 안정 효과가 있다. 단순히 물주머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환자들의 치유를 돕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란 무엇일까. 열 마디 말보다 손을 한 번 잡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온기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강아지 지니가 전해준 따뜻함처럼 기자의 마음도 지니에게 고스란히 전달 됐길 바라며 유기견 출신 반려견 지니의 상처가 언젠가는 아물기를 기도한다.


글·사진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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