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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믿고 보는 미디어, 어디쯤 왔나
  • 백민정
  • 등록 2021-04-12 11: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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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드라마의 역사·문화 왜곡을 막아야 한다
본지 1055호(21. 2. 29. 발행) 18~19면 문화기획에서는 중국의 문화동북공정에 대해 다뤘다.
중국의 무분별한 역사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드라마의 역사왜곡 문제를 기점으로 ‘퓨전사극’의 방향키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관련 이슈를 자세히 알아봤다.


퓨전이라고 다 되는 건 아냐



△[출처] SBS


 SBS 드라마 <조선구<span style="font-size: 12pt;">마사>가 지난달 22일 첫 방송 이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좀비 엑소시즘 사극인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소품 사용 △바티칸 구마 사제의 도움을 받는 내용 △실존 인물인 태종과 세종이 악귀에 혼이 팔린 것으로 표현한 점 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 ‘<조선구마사>의 방영 중지 및 폐지’ 청원글이 게재돼 5일 만에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이와 관련한 수천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드라마를 향한 질타는 드라마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에게로 집중됐는데 이 과정에서 박 작가의 전작도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드라마 <철인왕후>와 영화 <천군>에도 역사 왜곡 요소가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퓨전 사극’이란 고증에만 몰두하는 역사물이 아닌 상상력과 극작법으로 꾸며진 사극의 형태를 말한다. 퓨전 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덧대어 픽션 소재를 생생하게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자칫 역사 왜곡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 <조선구마사>가 특히나 뭇매를 맞은 원인 중 하나는 역사 왜곡뿐만 아니라 문화 왜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조선 기방에서 중국 음식을 차리는가 하면 중국식 의상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동북공정으로 예민한 정세에 안일한 연출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조선구마사>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풍자와 역사 왜곡의 경계


 <조선구마사> 폐지에 이어 방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들도 역사 왜곡 의혹을 받고 있다. 오는 6월 방영 예정인 JTBC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며 운동권 학생인 줄 알았던 남자주인공이 남파 간첩이라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제는 1980년대 당시 민주화 운동을 둘러 싸고 북한의 개입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강화>의 남자주인공이 남파 간첩이라는 설정은 대중들로 하여금 해당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고, 간첩 및 국가안전기획부 미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JTBC 측은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가 민주화 운동이 아닌 대선 정국이며 해당 드라마는 이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일 뿐 민주화 운동을 폄훼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문 발표에도 대중들은 이에 반박하며 <설강화> 촬영 중단 요구에 힘을 가했다. 지난달 30일 JTBC는 ‘완성된 드라마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차 입장을 발표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게 어느 나라 드라마야?


 한편,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도 문화 왜곡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tvN 드라마 <빈센조>의 중국 비빔밥 도시락 PPL이 부적절하다며 논란이 일자 OTT플랫폼은 업로드 분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지난 2월 방영을 종료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에서도 주인공들이 편의점에서 컵라면 형태의 훠궈를 먹는 장면과 중국어 광고판이 등장해 동북공정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 오히려 빌미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사와 문화는 예민하게 다뤄야 하는 소재다. 사료가 너무 부족하거나 반대로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고증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오류를 범하면 왜곡이 돼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중들은 해당 사건들 이후 국내 콘텐츠의 사실 고증이 보다 견고해지길 바라고 있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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