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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당신의 마음에 띄우는 작은 돛단배
  • 백민정
  • 등록 2021-03-29 09: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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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피폴라(Hoppipolla)’는 지난 2019년 방영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의 초대 우승팀이다. 팀명은 아이슬란드어로 ‘물웅덩이에 뛰어들다’라는 뜻이며 ‘자신들의 음악에 많은 사람들이 흠뻑 빠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일(보컬/건반) △하현상(보컬/기타) △홍진호(첼로) △김영소(기타)로 이뤄진 특이한 밴드 구성을 활용해 서정적이고 감성 짙은 음악부터 힘 있는 락(rock)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작사 △작곡 △편곡까지 직접하며 밴드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호피폴라가 지난 1월 20일 새 앨범 발매했다.


 직접 프로듀싱한 8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수록곡 간의 유기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웅장한 1번 트랙 ‘Where Is’를 시작으로 연주곡인 6번 트랙 ‘유랑’까지 잔잔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히든 트랙인 ‘And Then There Was Us’로 마무리된다. 해당 앨범에 대해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호피폴라 최고의 곡이 될 만한 후보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나는 너의 바다 그 위에 비가 될게

언제라도 내려와 네게 잠겨

널 안아줄 수 있게

- 『 너의 바다 中 』


 타이틀곡 ‘너의 바다’는 상대방의 지친 마음을 바다에 비유해 바다 깊은 곳에서 길을 잃은 상대에게 건네고픈 따뜻한 마음을 담았다. △보컬 멤버인 아일과 하현상의 꾸밈 없는 목소리 △진정성 있는 가사 △첼로와 기타 선율이 어우러져 사운드의 공간감과 함께 감동이 밀려온다. 호피폴라는 보편적인 밴드와 달리 첼로 연주자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이 첼로 연주가 유독 돋보인다.


 기자가 추천하는 수록곡은 2번 트랙인 ‘The Love’다. 기자는 이 곡을 들으면서 △녹슨 거울 △말라버린 물가 △어린아이에 지난날의 자신을 투영했다고 해석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널 싫어하기 위한 몇 가지 이유를 찾았다는 가사에서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 앨범은 전반에 걸쳐 누군가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자는 그 대상이 나 자신이라고 느꼈다. ‘나 자신’은 이 앨범을 감상하는 모두에게 해당된다. 노래를 듣는 동안 호피폴라가 스스로에게, 또는 청자에게 전하는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자기가 하는 말들은 사실 본인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가끔씩 스스로에게 친구를 위로해주던 말들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돛단배도, 잃어버린 바닷길을 밝혀줄 등대도 결국 우리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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