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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한국영화?
  • 백민정
  • 등록 2021-03-29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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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잘 자란 영화
영화 <미나리>가 지난 3일 개봉한 후 누적 관객 수 74만을 넘으며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로 오르는가 하면 출연 배우들은 세계적인 시상식의 주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이에 본지에서는 영화 <미나리>의 쾌거에 대해 알아봤다.

영화 <미나리>도 이제 ‘두유노 클럽’


지난 3일 개봉한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마을로 이주해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이들을 그려낸 이 영화는 정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배경으로 연출했다. 작년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미나리>는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차지한 이후 해외시상식 및 평론가들의 꾸준한 호평으로 관심과 기대감을 키웠다. 또한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제78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91관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등 총 6개의 메인 부문 후보에 올라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개 부문을 수상한 것에 이어 한국 영화가 2년 연속 최고 영예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또, ‘순자’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로 이미 여우 조연상 26개를 수상했으며 영화 데뷔 50년 만에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결과는 미국 현지 시각으로 다음 달 25일에 공개된다.




미나리는 한국영화? 미국영화?


한국 언론들은 <미나리>의 고공행진에 대해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길 기대한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론은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일 뿐 감독과 제작진이 미국인인 이 영화가 과연 한국 영화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인 감독이 제작한 영화가 미국에서 ‘외국 영화’ 부문을 수상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나리>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배경으로 했다고 언급했듯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 영화제라면 미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당연히 ‘자국 영화’로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한국인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영화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에 대해 각종 영화제의 주최 측에서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국내외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 영화사가 제작하고 미국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영어 사용 여부에 따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나리>는 외국어 영화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다. 한국영화든 미국영화든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고 한국계 감독이 만들었다. 낯선 땅에서 겪는 이민자들의 설움, 소속감에 대한 고민이 공교롭게도 영화를 둘러싼 현실로 나타나 하나의 거대한 현대미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한국 가족의 원더풀한 이야기가 잘 자라 원더풀한 수상 소식을 들려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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