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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필요한가?
  • 편집국
  • 등록 2020-11-10 1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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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부분 도시는 이른바 문화도시를 꿈꾼다. 문화예술 기반시설 확대 및 시민의 문화욕구 증대 및 문화 향유 기회 확산이란 차원에서 미술관 건립도 필요하다고 여겨 경쟁적으로 설립되고 있는 형편이다. 향후 설립될 미술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신들의 도시의 성격이 반영되어야 하며 지역정체성과 역사적 자취, 세계적 트렌드를 아우르는 한편 공공성과 주민친화환경의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21세기형 글로컬미술관이 그것이다. 동시대 미술관은 작품 수집, 보존, 연구, 전시와 교육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갖춘 종합서비스 문화기관으로의 진화 요구에 따른, 차별화된 미술관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이 건립되고 다양한 지역축제가 성행하면서 문화의 관광산업화가 촉진되기를 기대한다. 이른바 미술관의 관광명소화, 프렌차이즈화가 그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각 지역의 미술관은 미술 문화를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문화산업적 진흥과 발전을 중시하고 있다. 미술관을 통해 도시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지역미술을 토대로 한 다양한 도시마케팅 및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각 지역에 자리한 미술관들이 지닌 미술관에 대한 이상, 수립계획 등은 과도하게 동일하고 유사하다. 처해있는 현실적 상황도 너무나 유사하다. 열악한 재정, 전문인력의 부재, 콘텐츠 빈약에 시달리면서도 거창한 건물에 과도한 이상에 시달린다. 지역에 설립될 미술관이라면 그 지역의 문화적 전통, 현재의 상황, 이곳의 미술문화의 현황, 타지역과의 차이 등을 고려해서 미술관의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전시의 성격, 소장품의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저마다 내세우는 세계적인 미술관, 글로컬미술관 등은 수사에 불과하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전시의 내용이 탄탄하고 작품이 수준이 높으며 소장품의 질적 수준이 뛰어난 미술관이 결국 좋은 미술관이다. 그러니 문제는 우선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고 좋은 전시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시립미술관의 평가를 관람객숫자와 언론에 실리는 비중 등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미술관이 단지 흥행과 이벤트, 관중의 동원, 언론에 주목을 받는 것으로만 평가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미술관의 관장이나 큐레이터들은 관람객의 동원과 여론의 추이에 위축되거나 관의 시선에 지나치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미술관들의 상황이 그렇다.

또한 대부분 미술관들은 미술관 규모와 건물만이 우선되고 있다. 괴이하고 거창하게 만든 미술관 건물만 세워지고 정작 그 안에서 일할 전문 인력과 내용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무시되고 있다. 건물과 전시내용, 소장품 등은 지역미술관의 특색에 따라 다양하고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미술관 전문 인력이 우선적으로 짜여 지고 이들에 의해 어떤 미술관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념과 계획 아래 미술관 건립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관장과 큐레이터가 선정된 후에 이들에 의해 미술관의 기본 성격이 촘촘히 계획되어야 하고 이들에 의해 미술관의 기본성격, 정체성, 전시방향, 소장품의 성격 등이 결정되어야 한다. 미술관 역시 누구에 의해 운영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전문성과 공정성을 지닌 이들을 어떻게 선정하느냐하는 것이 문제다. 이들을 선정하는 주체가 지역의 기관장이라면 과연 관장(큐레이터)이 기관장의 영향력,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의 자유, 전문성의 확보, 공무원과의 독립적인 관계 등이 요구된다. 지역의 미술관은 지역민의 문화향유와 지역미술의 발전에 관여한다. 동시에 미술관 자체로서 얼마나 전문적이고 의미 있는 전시문화를 만들어나가느냐 하는 미술관의 기능 역시 중요하다. 그러니 미술관이 증설되고 전시가 많아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전문성을 확보하며 미술관다운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이 이루어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위해서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선과 자율적인 운영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명확한 사실, 해답은 또 얼마나 지난한 일이 되고 있는가?

                                               

                                                                         박영택 (서양화·미술경영학과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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