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참 이상적인 ‘우리 모두’의 기술
  • 이윤아
  • 등록 2020-09-15 09:20:59
기사수정

 

지금은 정보화시대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발달한 문명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발달에 충분함이라는 제어 장치는 없어 보인다. 매일 매일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세상은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즐겁고 편리하다. 그런데 우연히 한 뉴스에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 뉴스는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일반 국민의 2/3 수준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분명 그 어느 때보다도 발달한 문명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를 접한 뒤 여기서 우리는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 후 편리하기만 했던 일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패스트푸드점 카페 영화관 편의점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무인주문기였다. 무인주문기는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주문과 결제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 참 편리했다. 그런데 다시 본 무인주문기는 참 불친절했다. 이 기기의 작은 글씨와 터치 방식은 노인 고객에겐 낯설어 보였고, 장애인 고객에겐 정보를 전달하는 어떤 장치도 마련돼있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통수단도 온라인으로 예매하는 시대에 이를 활용하지 못해 긴 시간을 서서 집에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비 경제 업무의 대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된 오늘날 이 흐름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손님으로 환영받지 못했다.

 

공동체에는 항상 취약계층이 존재했다. 우리가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만을 보고 살아가기 때문에 뒤돌아보면 보이는 많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 역시 스스로가 누리는 특권만큼 누군가는 그 뒤에서 차별을 겪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인주문기에서 손쉽게 음식을 결제하고 온라인에서 원하는 것을 주문하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 모든 것이 누군가에겐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건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살아온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어제보다 발전한 오늘이 계속되는 사회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은 앞을 보고 나아가기보다 뒤를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계속 돌아보다 보면, 언젠가는 기술이 우리 모두에게 도달할 수도 있으니까.

 


 

 

이윤아 기자thisisprofita@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