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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後] 비밀의 비밀의 비밀
  • 백민정
  • 등록 2020-09-15 09: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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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비밀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비밀이다. 요즘 유난히 SNS 부계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비공개 계정 으로 만든 부계정은 팔로우 신청이 수락된 사람들만 계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밀 계정이라고도 한다. 기자도 지인들의 비밀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공개 계정과 크게 다를 것 없으면서도 비교적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업로드 된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만천하에 공개되는 SNS 상에서도 비공개를 원하며 프라이버시를 외치는 것이 꽤나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던 생각들은 문득 ‘내 비밀을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방향으로 흘러, 기자를 고심에 빠지게 했다. 많은 사람이 나를 관심 있게 들여다 봐줬으면 좋겠지만 내가 원하는 일부만은 감춰졌으면 하는 바람, 아무에게도 들키기 싫지만 내심 누군가는 찾아내 줬으면 하는 이 이중적인 욕구는 과연 어떤 종류의 비밀일까.

 

 기자는 주기적으로 일기를 쓰진 않지만 간간이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 이 메모장에는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비밀들을 담는다. 가끔씩 새벽에 메모장을 열어 힘들었던 시기의 글들을 읽어볼 때면 감정을 덜어내고 덜어낸 문장에서 묻어나는 서러움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밑바닥에 눌어붙은 감정들을 알아봐 줄 사람은 결국 기자 자신이라는 것, 누군가에게 건넨 위로가 사실은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무언가 뜨거움을 느낀다. 사람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동시에 무서울 만큼 매정하다. 타인이 됐건 스스로가 됐건 마찬가지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를 때 털어놓을 수 있는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자물쇠를 걸어둔 비밀계정은 작은 대나무 숲이 아닐까. 나를 향한 다정한 무관심, 지금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다정한 무관심’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글·사진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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