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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과학의 덤불이 크면 도깨비가 난다
  • 백민정
  • 등록 2020-06-09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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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맥스웰의 도깨비
과학은 가설에서 시작된다. 의문이 생기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하고 연구한다.
열역학 제2법칙의 위배 가능성에 대한 증명을 통해 불가능을 입증한 맥스웰의 도깨비 이론을 소개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 (James Clerk Maxwell)은 △ 전기 △자기 △광학 이론을 종합한 19세기 대통합 이론의 선구자다. 맥스웰이 속도분포법칙을 만들 때 설정한 가상의 존재를,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이 악마라고 칭한 것이 ‘맥스웰의 도깨비’이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라플라스의 악마 △데카르트의 악마 △다윈의 악마와 함께 ‘과학사 4대 악마’라고 불린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의 위배 가능성을 제시하는 맥스웰의 사고실험에서 등장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Entropy)로 설명할 수 있는데,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뀌며 질서화한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법칙이다. 여기서 엔트로피란 열의 이동과 더불어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감소 정도나 사용이 불가한 에너지의 증가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예를 들어, 더운 기체와 찬 기체가 들어있는 두 상자는 각각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다. 이 둘을 맞붙여 놓았을 때 더운 기체가 찬 기체 쪽으로 이동하며 열적 평형을 이루는데 이를 ‘엔트로피가 증가했다’고 한다. 열적 평형 상태에서 엔트로피는 최댓값을 갖는데 자연계의 변화는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에너지는 보존법칙에 의해 없어지지 않지만 ‘사용가능한 에너지’는 소모된다.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은, 열적으로 고립된 계(界)의 총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나도 감소하지 않고 일정하거나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맥스웰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고실험을 고안했다. 여기서 도깨비가 등장하는데, 이 도깨비는 온도가 같은 두 기체 상자 사이의 벽에 작은 창문을 뚫고 그 창을 관리한다. 왼쪽 상자에서 빠른 기체분자가 날아오면 창문을 열고 느린 기체분자 가 날아오면 창문을 닫으며, 오른쪽 상자에는 반대로 빠른 기체분자가 날아오면 창문을 닫고 느린 기체분자가 날아오면 창문을 연다. 이렇게 하면 왼쪽 상자에는 속도가 느린 기체분자들만 모이고, 오른쪽 상자에 는 속도가 빠른 기체분자들만 모인다. 즉, 처음에는 두 상자의 온도가 같았지만 나중에는 왼쪽 상자의 온도는 낮아지고 오른쪽 상자의 온도는 높아진다. 이때, 이론상으로 도깨비가 만든 창문은 마찰이 없다. 따라서 도깨비는 아무런 에너지도 사용 하지 않았고, 엔트로피는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맥스웰의 사고실험에는 모순이 있다. 도깨비가 열역 학 제2법칙을 위배할 수 있는 이유는 ‘정보’에 있는데 열적 평형을 이룬 두 상자의 온도를 외부 간섭 없이 다르게 만들려면 각 기체분자의 속도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엔트로피를 낮출 수 있다. 그런데 도깨비가 분자의 속력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도깨비가 더운 기체와 찬 기체를 분리한 후에 얻을 수 있는 동력보다 기체 분자 관찰에 필요한 에너지가 더 크다는 것을 계산으로 증명했다. 또한, 앞서 설명한대로 도깨비가 엔트로피를 감소시켰다고 해도 창문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창문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데 이 값이 도깨비가 감소시킨 엔트로피보다 더 크다. 결국 맥스웰의 도깨비는 자연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열역학 제 2법칙은 위배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한다는 것이 맥스웰이 고안한 가상의 존재가 도깨비라고 불리는 이유다.

 

글·그림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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