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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입소문이 만들어 낸 짜릿한 쾌거
  • 백민정
  • 등록 2020-06-09 08: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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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
최신곡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New’ 표시와 함께 차트에 등장한 음원들.
바로 입소문만으로 뒤늦게 전성기를 맞이하는 역주행 음원이다.
본지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콘텐츠 역주행 현상에 대해 다뤄봤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역주행이란 도로나 주차장 등에서 자동차의 지정된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역주행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됐다. 음원차트나 미디어 플랫폼에서 기존의 흐름을 거스르는 콘텐츠들을 ‘역주행’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역주행 현상의 중심에는 가수 비의 <깡>이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12월에 발매된 ‘MY LIFE愛’의 타이틀곡으로 비 특유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가사와 독특한 춤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발매 당시에는 대중들의 싸늘한 반응과 조롱으로 수모를 겪었지만, 현재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인기 TOP100에 이름을 올리고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1,297만 회를 돌파했다(2020. 06. 05.기준). 또한, 그 인기를 입증하듯 하루에 <깡> 뮤직비디오를 몇 번 시청하는지를 의미하는 ‘1일 n깡’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역주행, 비결을 알려 주마

 

  개인 SNS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플랫폼별 인기 스타가 생겼다. 유명 유튜버가 영상 BGM으로 사용한 음악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가 하면 연예인이 인스타그램에 추천한 음원의 스트리밍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한편,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알 수 없는 계기로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그룹 2PM의 우리집은 지난 2015년 6월에 발매된 곡인데 최근 안무 영상이 알고리즘을 통해 인기를 얻어 유튜브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가 4,362만 회를 넘겼다 (2020. 06. 05.기준). 이로 인해 군복무 중인 멤버들의 제대를 기다리는 팬들이 크게 늘었고 일명 ‘우리집 준호’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음원 및 콘텐츠 역주행을 통해 과거의 인기 그룹 2PM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역주행이 있는가 하면 원인이 분명한 역주행도 있다. 가수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처럼 추억의 노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종방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도 다양한 리메이크 곡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드라마에서 이익준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이 부른 혼성그룹 쿨의 <아로하>와 채송화 역을 맡은 배우 전미도가 부른 가수 신효범의 <사랑 하게 될 줄 알았어>는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큰 사랑을 받고있다. 두 곡 모두 2000년대 초반에 발매된 곡이지만 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인 역주행을 이뤄낸 것이다.

 

  일회적으로 역주행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주기적인 역주행을 하는 콘텐츠도 있다. 이의 가장 유명한 예시는 바로 벚꽃 잎이 흩날릴 때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이 곡은 지난 2012년 3월 발매 이후 꾸준히 봄철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또,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한 시대를 회상하게 하며 레트로를 역주행시켜 신세대와 접목한 뉴트로처럼 새로운 신드롬을 형성하기도 한다.

 

근거 있는 자부심에 갈채를

 

  인기가 급상승하는 콘텐츠가 늘 순항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대두된 음원 사재기 사건과 더불어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가짜 인기를 얻은 콘텐츠들이 발각되면서 대중들은 근거 없는 인기상승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일부 역주행 콘텐츠가 사재기 의혹을 받기도 했으나 명확한 인기 상승의 원인이 드러나면서 의혹을 벗을 수 있었다. 근거 있는 역주행의 일례로, 아이돌 그룹 EXID의 멤버 하니의 <위아래> 직캠으로 인해 해당 음원은 음악방송 1위를 했고, 그룹의 인지도 또한 크게 높아졌다.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역주행 음원 및 콘텐츠들이 있다. 첨부된 큐알코드를 통해 본지에서 수집한 역주행 콘텐츠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리서페이스(resurface), 역주행 신화에 탑승해보자.

 

 


 

글·사진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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