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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이예림
  • 등록 2017-03-27 21:14:47
  • 수정 2017-05-10 16: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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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앞당겨진 차기 대선





국회에서 출발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지난해 12월 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제 20대 국회의원 300명 이 모두 모였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의 여부를 결정짓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국 가적 중요 사안에 대한 국회표결’이라는 긴장되는 순간을 앞두고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을 대표해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자 리에 섰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 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집무집행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 며 “이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일로,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해 준 신임을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탄핵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진행된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재적의원 300명 중 중간에 자리를 떠난 최경환 의원 한 명을 제외한 299명이 모두 참여했다. 그 결과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윤지혜(관광이벤트·3) 양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뉴스를 보고 ‘민주주의 이념이 실현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탄핵안 가결에서 92일간의 재판까지

 

 탄핵안 가결 후 심판 청구부터 시작된 재판은 준비절차 3회, 변 론절차 17회로 총 20회 진행됐다. 이 모든 과정에는 92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92일은 재판이 진행된 날짜만 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전후 논란을 부른 사건들까지 포함한다면 이번 사태는 더욱 긴 시간 동안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지윤 (관광개발·1) 양은 “언제부터인지 뉴스를 보면 항상 박 전 대통령 이나 최순실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던 것 같다”며 “길었던 그 진행 과정이 탄핵안 인용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된 것은 개인적으로 마땅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초 국회에서 의결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유는 헌법 위배 사 항 5가지와 법률 위반 사항 8가지를 합쳐 총 13가지에 달했다. 그러 나 헌법재판소 측에서 재판 준비절차를 거치며 탄핵 사유가 5가지 로 정리됐다. 바로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 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수행의무 위반 △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 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 법 위반 및 법률 위배행위다. 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마지막 사 유는 국회 측의 의견서 제출 이후로 삭제됐다. 대신 그 부분은 헌 법 위반 사항인 ‘비선조직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나 눠서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윤 양은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형사법적 부분을 다루게 될 경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 해 판단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의 뇌물죄는 간단한 죄가 아닌 만큼 앞으로의 수사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모두 밝혀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대통령의 탄핵사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판결문은 총 89페이지에 달했다. 선고 당일에는 헌법재판소 이정미 전 재판관이 해당 판결문을 읽는 내내 ‘그러나’라는 단어가 반복되며 반전이 거듭됐다. 결과적으로 8 명의 헌법재판관은 만장일치로 ‘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이 탄핵 사유라고 인정했다. 이때 청와대 정호성 전 비서관이 각종 국정 비밀 문건을 최순실 씨 에게 전달했다는 점을 포함해 많은 사유들이 등장했다. 피청구인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최 씨가 지목한 기업·인물 및 최 씨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는 점이 주된 문제였다. 더불어 이러한 사실들이 지 속적으로 민주주의의 원리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했음이 언급됐다. 그와 동시에 다양한 기업 및 단체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한편 탄핵안 인용 과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탄핵 사유 중 특히 세 월호 참사와 관련된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측에서는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 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치적 무능 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과 같은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 책성실수행의무 위반’이 대통령 파면의 판단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다. 이에 대해 강하영(관광개발·1) 양은 “하지만 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서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죄 를 인정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이 유가족과 국민들의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통령 권한남용’과 ‘언론의 자유 침해’ 부분은 증거 부족 및 해당 사건에 대한 불분명 한 진행 과정 등으로 인해 탄핵 인용의 증거로 채택 받지 못했다.
 

공석이 된 대통령석, 그 이후는?

 

 이로써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를 지켰던 인물이 민간인 신분을 갖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선고와 동시에 박 전 대통 령의 직무가 정지됐고,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 다. 현재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 대통령의 역할을 대 신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질 경우 탄핵 인용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 다. 따라서 원래 예정돼있던 올해 12월 20일(수)이 아닌 오는 5월 9일(화)에 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진행하게 됐다.

 

  탄핵심판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 통령이라면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많은 부분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일단 경호 및 경비는 최장 10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월 1200만원에 달하는 전직 대통령 대상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며, 향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박 전 대통령이 형사 상 불소추특권1)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검찰의 수사대상으로써 또 다른 논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열 어두게 됐다. 지난 21일에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탄핵심판 전부터 국민들의 대립구도 또한 계속돼왔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불거진 후 분노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대 국민 촛불집회는 지난 11일 탄핵 축하집회로 이어졌으며, 아직까지 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반하는 입장을 지닌 ‘박근혜를 사 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보수단체 또한 집회를 진행 중이다. 그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하며 탄핵 사실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 중이다. 그러나 해당 시위는 다소 과격하게 진행돼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폭력시위’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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