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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조승화
  • 등록 2020-05-25 09: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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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를 포장해 미래를 망치는 역사 왜곡
신채호의 명언으로 알려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실제로는 출처가 불분명해 역사 왜곡의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역사적 지식은 왜곡된 지식일 수도 있다. 이에 본지는 역사 왜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역사 왜곡’은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거나 거짓으로 지어 쓰는 일을 뜻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역사적 사실 에 검증되지 않은 사료 등을 덧붙이기 △역사 기록을 고의로 변 질 △원하는 내용만 선택해 재해석하는 등의 행위 전반을 일컫는다. 일부는 야사나 신화를 역사 왜곡이라고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는 당대 사람들이 기록한 사서이고 당대의 분위기를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 왜곡에 속하진 않는다. 하지만 △야사나 신화 등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행위 △이미 폐기된 학설 재주 장 △후대에 과거의 역사를 마음대로 기술하는 행위는 역사 왜 곡에 속할 수 있다.

 

 대체로 역사 왜곡은 학술적인 탐구나 연구보다는 특정 목표를 위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주로 국제 혹은 국내 문제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이나 중국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일부 사람들은 역사 왜곡을 학문 활동이 아닌 정치적 활동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자국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치부는 줄이고 영광만을 부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향들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에서 각각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은 우경화의 영향으로 우익 사관이 형성돼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서 일제의 각종 만행이 행해진 근현대사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위안부 동원 같은 전쟁 범죄들은 숨기고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피해 등에 관해서만 서술하고 전쟁 범죄 미화 혹은 은폐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동북공정과 서남 공정 등의 역사 왜곡 프로젝트를 진행해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소수민족의 독립과 영토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소수민족들의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시키고 있다. 또한 천안문 사태 등 중국공산 당에 불리한 역사도 철저하게 은폐하고 있다.

 

 한국 역시 역사 왜곡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5.18 민주화 운동과 유사역사학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정부에서 공인한 민주화 운동임에도 일부 극우세력에 의해 북한이 개입한 무장 폭동이라고 왜곡되고 있다. 이는 당시 신군부가 주도한 왜곡의 영향과 상대 세력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환단고기’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유사역사학 은 국내 역사 왜곡의 중심에 서 있다. ‘붉은악마’로 알려진 치우 천왕1)부터 정체불명의 국가인 배달국2)과 낙랑군 요동 위치설 등의 주장은 유사역사학에서 왜곡한 한국사의 얼룩진 장면들이다. 또한 유사역사학자들은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이라고 비난하고, 한국사를 위대하게 포장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렇듯 역사 왜곡에는 국경이 없고 자신들의 특별한 목적을 달 성하기 위해 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은 자국이 행한 역사 왜곡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매우 낮다. 왜곡된 역사를 정규 교육 과정으로 배 우기에 일본인들은 어떤 역사가 왜곡됐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듯 역사 왜곡은 단순히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 유발처럼 규모가 큰 부수적인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이 는 각각 난징대학살과 헤레로족 학살 사건 부정으로 인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과 나미비아의 갈등으로 증명된 바 있다.

 

 그렇기에 역사 왜곡에 맞서려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 역사 교과서를 집필해 사용하고 있고 △한국 △중국 △일본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이처럼 역사 왜곡은 여러 나라의 학계에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역사 왜곡 근절을 위해선 개인들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이들이 강조하고 있다.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역사 왜곡을 봉인하기 위한 열쇠인 것이다. 역사에는 정답이 없지만, 그렇다고 오답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오답 을 바로 잡기 위해선 학계만큼이나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1)  중국의 군신으로, 유사역사학의 영향으로 한국의 조상신으로 왜곡됨

2)  환단고기 등에서 환국과 고조선 사이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국가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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