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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슬퍼도 웃어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 조승화
  • 등록 2020-04-13 09: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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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리와 기리 리가 두 개’. 이렇게 탄생한 리쌍은 오버그라운드 씬을 대표하고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최고의 힙합 듀오 중 하나다. △Ballerino △TV를 껐네... △리쌍부르스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기고 사실상 해체했지만, 재결합을 바라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리쌍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묻히는 감이 있지만, 실력으로는 최고의 힙합 그룹이다. 개리는 전에 있던 팀에서 쫓겨날 정도로 심각한 박치였다. 하지만 노력 끝에 절묘하게 박자를 타는 플로우를 만들어냈고 완급 조절 능력으로 뛰어난 가사전달력을 지녔다. 길은 특유의 프로듀싱 능력으로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켜 리쌍을 정상의 자리에 앉혀놓았으며 매력적인 목소리로 훅을 맡아 대중들에게 그들의 노래를 각인시켰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자전적이고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데뷔 초 리쌍의 스타일을 그대로 담은 ‘광대’다. 광대의 슬픈 현실을 노래하는 이 곡은 슬픈데 내가 웃고 있냐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길의 훅이 끝나고 개리의 랩으로 광대의 슬픈 내면을 직접 드러내는 구조로, 여기에 BMK의 보컬이 더해지면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또한 개리 특유의 사실적인 가사들은 광대의 처지를 잘 대변하고 있는데, 그중 ‘슬퍼도 웃으며 내 모습을 감추는 게 철칙’이라는 구절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리쌍은 이 노래를 부를 때 자신들을 광대로 칭하고 훅이 한 소절 끝날 때마다 관객들이 ‘닥치세요’를 외치게 한다. 이는 광대의 물음에 관객들이 당신들의 슬픔에는 관심이 없다고 답하며 광대의 슬픔을 더욱 심화시키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광대의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주제의식을 더욱 대놓고 드러낸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과 광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현실이라는 무대 위의 광대임을 표현했다. 마지막에는 광대로 분장한 일반인들과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이를 더 강조한다. 한편 이 뮤직비디오는 발표되고 14년이 흐른 작년해에 화제가 됐는데 영화 조커와 서사 구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슬픈 광대 △지하철과 분장실에서의 모습 △모두 광대가 된 마지막 장면 등 두 작품 사이에 유사점이 많았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무대 위의 광대와 현실 속 우리의 처지는 별 다를 바 없다.

 

 현실이라는 어두운 무대 위에서 성공이라는 밝은 조명을 받기 위해, 슬퍼도 웃고 남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광대가 바로 우리다. 리쌍은 이런 현실들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외치는 노래를 자주 만들었다. 이런 점들이 바로 리쌍이 해체됐지만,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이유다. 가끔 가슴이 미치도록 답답할 때가 있다면 리쌍의 노래를 통해 위로를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비웃고 무시했던 광대 2명이 당신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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