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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불행해질 권리, “저는 그 모든 것들을 요구합니다”
  • 백민정
  • 등록 2020-03-30 09: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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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로 읽는 책 –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 저자: 올더스 헉슬리
  • 출판사: 소담출판사

 

 

 

 

 영국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우아한 문체와 광범위한 지식을 자랑한다. 그는 <연애대위법>(1928)에서 지식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등 냉소적인 유머를 선보여 당대의 가장 재치있고 이지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1932년에 발표한 <멋진 신세계>에서 미래 과학 문명 세계를 만들어 인간 존엄성에 대해 고찰한다. ‘멋진 신세계’(이하 신세계)는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다. 헨리 포드를 정신적 지주로 삼는 이 세계는 황량하고 암울하다. △α(알파) △β(베타) △γ(감마) △δ(델타) △ε(엡실론)으로 계급이 구성되며, 알파와 베타는 하나의 정자와 난자에서 하나의 인간이 부화하지만 나머지 계급은 유전자 조작으로 최대 96명의 인간이 부화된다. 신세계 사람들은 이러한 기변을 ‘발전’이라고 부른다.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는 공장형 인큐베이터다. 상류층인 알파 태아는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우월한 외모와 지능을 갖지만 하등 계급으로 갈수록 혈액공급량을 줄여 엡실론은 알파보다 무려 30%나 모자란 산소공급을 받게 된다. 이렇게 열등한 외모(작은 키)와 지능을 가진 하등계급 영아들이 책을 만지면 폭음을 들려주고 꽃을 만지면 전기 쇼크를 줘 공포심을 이용한 조기교육을 한다. 또 성인이 될 때까지 ‘나는 행복하다’라는 음성 교육을 통해 무의식까지 지배한다. 신세계는 철저한 자본주의와 자유로운 연애 추구를 원칙으로 하며, △어머니 △ 아버지 △가족 △임신과 같은 말들에 역겨움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출생 이전부터 이뤄진 세뇌를 통해 자신의 계급과 삶에 대한 최상의 만족감을 가진다. 그러나 완벽한 신세계의 돌연변이 버나드 마르크스는 알파 플러스 계급임에도 작은 키를 가졌다. 사회에 대한 반감과 의문을 가지고 있던 버나드는 금지구역 출입 권한이 있어 베타 계급 레니나와 뉴멕시코에 위치한 야만인 보호구역에 가게 되는데, 그곳은 문명세계와는 단절된 공간으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신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불행’을 마주하고 야만인 ‘존’을 만날 수 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의 끝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빈곤이 있을 때 풍요가 존재하듯이 행복 또한 불행이 있을 때 비로소 행복으로서 그 가치를 지닌다. 올더스 헉슬리의 공상에는 교훈이 있다. 기자는 불행할 권리를 요구하는 존을 통해,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조작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그리워 하는 인간의 이중적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슬픔과 고통을 느끼고 그 속에서 기쁨과 치유를 얻는 것도 인간만이 가지는 권리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올 2540년이 헉슬리의 신세계와 다를 것이라고 단언 할 수 없다. 정말로 이 신세계가 아름다워 보이는가.

 

  행복만이 존재하는 불행의 디스토피아, ‘멋진 신세계’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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