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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터] 악마라는 이름의 면죄부
  • 이건우
  • 등록 2020-03-29 10:52:09
  • 수정 2020-03-29 1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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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 방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박사’ 조주빈이 구속됐다. 조 씨는 본인 스스로를 악마라 칭하며, 이러한 삶을 멈춰준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그가 말하는 악마는 어떤 의미였을까. 피해자들에 대한 성착취, 협박. 그는 그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저급하고, 쓰레기 같은 짓을 한 것뿐이다. 가장 저급한 짓을 하는 부류가 악마라면, 이 나라는 분명 악마를 낳는 지옥이 분명하다. ‘악마’를 처벌하기는 커녕, 방조에 가까울 정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년엔 아동 성착취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구속됐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손 씨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더러, 형벌 역시 단지 1년 6개월 형만을 선고했다. 그가 운영한 사이트의 피해자 중에는 생후 6개월된 아이도 포함됐다. 이 나라는 무엇이 두려워 강력한 법적 처벌을 마다하는지 의문이다. 피해자들이 아무리 호소한다 한들, 불법촬영물 유통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인 웹하드 카르텔 구조조차 제재할 생각이 없다. △불법촬영물 유포자 △웹하드 관리자 △디지털 장의사 간의 유착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이상, 아무리 이러한 사태의 최초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2차 가해자들은 계속해서 불어날 것이다.

 아무리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악마’라는 면죄부가 있다면, 피해자들보다 가해자가 우선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나라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그것들을 보호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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