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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2-09 09: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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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인 간이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 의해 인식돼야만 그 존재가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 혹자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 죽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어떤 사람에게도 기억되지 못할 때 바로 그 사람은 죽는 것이다. 소설 ‘덕혜옹주’에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와 그녀를 끝까지 기억했던 한 남자가 등장한다.

 

 덕혜옹주는 고종황제와 양 귀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이다. 고종은 옹주를 매우 사랑했지

저자 권비영                                  만, 망국의 시기에 태어난 아이이기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출판사 다산책방                           없었다. 일본은 옹주를 일본으로 데려가기 위해 기회를 노

리고 있었고 고종에게는 이를 저지할 힘이 없었다. 이에 고종은 그가 믿는 신하의 양자인 ‘김장한’을 부마로 들여 일본의 계획을 저지하려 했고 궐에서 옹주를 만난 김장한은 사랑과 동시에 왠지 모를 사명감을 느낀다. 하지만 고종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옹주가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면서 옹주와 김장한의 인연은 허무하게 끝나는 듯 싶었다. 원치 않는 유학 생활과 정략결혼으로 옹주의 정신은 피폐해져 갔고 남편과 딸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모두에게 외면받은 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그리고 김장한은 박무영이라는 이름으로 옹주를 구출하기 위해 인생을 바쳤고 수많은 시도 끝에 시녀인 복순과 동생 김을한의 도움으로 마침내 옹주를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고백함으로써 이들의 오랜 인연은 마침내 환하게 빛났다.

 

  많은 이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김장한이 옹주에게 그랬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그랬다. 이들은 모두 기억에서 누군가를 지운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끝까지 기억하려고 노력을 했다. 모두가 외면하고 기억하지 않을 때도, 이들만큼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를 되살려 내려고 인생을 걸었다. 그래야 그 사람들의 존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이 사람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도 그 죽음의 의미를 기억하는 것 역시 그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을 기억할 순 없지만 누군가를 끝까지 기억하는 것을 통해 곁에 없더라도 마음속에 그 사람을 영원히 살려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김장한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처럼 사랑하는 이를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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