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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사설] 피해자들은 누가 지켜주나요?
  • 김수빈
  • 등록 2019-12-09 09: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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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본지 1039호(19.11.11. 발행) 13면 와이파이에서는 악플에 대해 다뤘다. 뿐만 아니라 악플과 관련해서 지난달16일, ‘그것이알고싶다’에서는 S양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에 기자는 끊임없이 피해를 입고 있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올해는 참으로 가혹한 해였다. 지난 2014년부터 끊임없이 ‘논란’이라는 타이틀을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야 했던 S양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친구이자, 또 다른 피해자였던 K양도 빛을 잃었다. 과연 그녀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는 누구일까. 피해자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S양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관종’으로 불렸다. 뚜렷하게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열애설이 대중들에게 노출 된 이후로 그녀는 끊임없는 성적 희롱과 욕설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 당시 S양의 나이는 21살이었다.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어린 나이었다. S양의 소속사 관계자는 그녀가 끊임없이 힘들어했고 다양한 치료를 병행했음을 밝혔다. 그렇게 활동을 중단했던 그녀는 다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단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겉모습만큼 속은 단단하지 못했다. K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와 연애를 하던 C군이 그녀를 폭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화살은 K양에게로 쏟아졌다.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 당시 실시간 검색어에는 ‘K양 동영상’이 등장했다. 피해자의 안위 여부는 대중들에게 중요치 않았던 것이다.

 

 대중들만 그들을 사지로 내몬 것은 아니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노출수가 곧 수입인 그들은 계속해서 개인의 SNS 사진을 가지고 ‘논란’ 등의 단어를 기재하며 낚시성 기사를 작성했다.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작성함은 물론이고 확인되지 않은 합성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언론이 만든 프레임에 대중들은 동조해 함께 돌을 던졌고, 그들에게 이유 없는 조롱이 섞인 댓글을 달며 희롱했다. 그들은 본인이 언제 그런 댓글을 작성했는지, 왜 작성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연예인이기에 감수해야한다. 악플에 징징댈거면 연예인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돌은 그녀들에게 무엇보다도 크고 무거운 돌이 돼 상처를 남겼다. 이처럼 계속해서 피해자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태도와 악플에 대한 법률적 제재는 변함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 이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발의하고, 인터넷 실명제와 무책임한 기사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청원이 2만 여명의 참여자와 함께 청원됐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14일 마감됐으나 현재까지 정부에서는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피해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이유 없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마땅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끊임없이 존재하지 않는 ‘왜?’라는 물음에 당위성을 찾으며 괴로워했다. 때로는 대중들에게 그리고 언론들에게 이유 없는 비난 대신 사랑을 갈구하기도 하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온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마음은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지독하게 그들을 괴롭힌 가해자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방관한 대중들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법부 △돌을 던지던 악플러 △이러한 상황을 부추긴 언론 모두가 가해자다.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피해자가 숨고 아파야 하는 세상은 올바른 정의를 실현하는 세상이 아니다. 이제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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