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회용품 없는 168시간
  • 백민정
  • 등록 2019-11-25 10:09:37
기사수정
  • 환경파괴의 주범, 기자가 직접 잡아봤다
일회용품이 없어진다면 일상생활은 얼마나 불편해질까? 기자가 직접 1주일 동안 다회용품을 사용하며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살아봤다.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일회용품은 약 500만 톤에 육박하고,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지만 재활용 수치는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초당 2만개의 플라스틱 병이 판매되는데 재생 비율은 고작 7%인 수준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분해되는데 500년의 시간이 걸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1년에 260억 개나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가와 기업은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고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고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제공할 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사용 제한 이후 일회용 컵은 1년 사이에 7 억 137만에서 6억 7,729만으로 14.4% 감소했고 매장의 일회용 컵 수거량도 전년대비 72%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배달 서비스가 발전하며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났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배달대행서비스 업체나 이를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조 건에 동의하면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일회용품 없이 살아본 168시간

 

 체험에 앞서 기자는 일회용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배달음식을 먹으면 함께 오는 플라스틱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을 사용하고 교내 정수기를 이용할 때도 위생봉투 컵을 사용하곤 했다. 또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난 후에 일회용 종이타월로 물기를 닦았다. 의미 없이 버려진 쓰레기에 대한 간단한 성찰을 한 뒤 1주간의 생활을 위해 △텀블러 △수저세트 △손수건 △장바구니를 준비했다.

 우선 물을 마실 때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개인 텀블러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뚜껑 △종이 컵 홀더 △플라스 틱 빨대를 절약할 수 있었다. 또 텀블러를 사용하니 교내 정수기에서 위생 봉투 컵이나 종이컵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이외에도 항시 물이나 차를 가지고 다니니 수분 섭취가 늘어 건강에도 도움이 됐다.

 다음으로는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 사용을 줄이기 위한 수저세트이다. 처음에는 수저세트를 들고 다니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남들이 볼 때 유난스럽게 여겨질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가끔 나무젓가 락을 사용할 때 나무가시가 박힐까봐 걱정했는데 개인 수저 사용으로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물론, 개인 컵이나 개인 수저는 사용할 때마 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세제와 수세미 등 설거지 용품이 필요하다는 점은 밖에서 자주 식사를 하는 기자에게 매우 불편한 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은 신문사에 세제와 수세미를 구비해둠으로써 최대한 해결하려 했다.

 손을 씻고 난 후에는 종이타월 대신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는데 처음에는 손수건 꺼내는 것이 귀찮았지만 습관화시키니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화장실에 종이타월이 없을 때도 손수건을 사용해 불편함이 없었고 물기뿐만 아니라 땀을 흘릴 때나 슬픈 영화를 볼 때 눈물을 닦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손수건도 사용 후 세탁이 필요해 귀찮은 면이 있었지만 잘 사용하면 개인위생을 지킬 수 있었고 급한 상황에서 매너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다회용품 사용이 권장되며 가장 많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장바구니이다. 이에 기자도 장바구니를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마트를 가거나 간단하게 물건을 살 때 불필요한 봉투 값을 절감할 수 있었고 장바구니가 아닌 에코백을 사용하면 평소에도 들고 다닐 수 있어 일회용 봉투 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느꼈다.

 





다시 쓰는 생활습관

 

 기자는 다양한 일회용품을 사용한 일명 ‘새활용’에도 도전했다. 새활용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쉽게 재료를 찾을 수 있는데 기자는 다 쓴 섬유유연제 통의 윗부분을 잘라 책꽂이로 만들었다. 페트병을 활용한 화분을 만들기도 하고 가장자리가 깨진 접시에 그림을 그려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공병 회수를 탄력적으로 시행하는 예시도 있다. 독일에서는 공병을 쿠폰이나 포인트로 환급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고 세제나 샴푸 등은 직접 가져온 병에 필요한 만큼 담아 무게를 재서 결제한다. 이를 ‘플라스틱 프리’ 가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곡물을 주로 판매하는 한 가게에서 이를 시행중이다. 이 가게에서는 직접 공병을 가져와 담은 곡물의 무게를 달 고, 종이로 된 구매 영수증이나 가격표까지 휴대폰 인증 샷으로 대신한다.

 


이 쉬운 걸 그동안 왜 못 했는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이 오래 전부터 이뤄진 것에 비해 여전히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으로 지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오는 날 건물 입구에서 일회용 비닐 커버로 젖은 우산을 덮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출구 쓰레기통에는 한 번 사용한 뒤 버려지는 우산 비닐이 넘쳐난다. 작년 7월 환경부가 마련한 ‘공공부문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에는 빗물 제거기 설치 권장이 명시돼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닐 뿐더러 공공기관에서조차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실태이다. 즉, 아직도 일회용품 절감 운동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중에 하나가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이다. 재활용을 하기  전에 음식물이 남아있는 것은 깨끗하게 헹궈줘야 한다. 찌꺼기가 남아있으면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이 분리수거 실천 정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덧붙이는 글

기자가 직접 해보니 일회용품 없는 삶은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것일 뿐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환경파괴의 주범을 잡는 다회용품 사용 생활화, 지금 당장 시작하길 바란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