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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향한 핏빛 몸짓
  • 백민정
  • 등록 2019-11-11 09: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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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 출연: 나탈리 포트만, 밀라 쿠니스, 뱅상 카셀
  • 장르: 스릴러
기자의 한줄평: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가는 완벽에 대한 강박, 끔찍하게도 아름답다.

 

 

 무한경쟁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완벽’을 요구받곤 한다. 하지만 완벽함이 항상 좋고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오히려 지나친 완벽 추구로 인한 자기비난은 자존감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자기 파괴의 단계에 이르게 한다. 영화 ‘블랙 스완’은 이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 ‘백조의 호수’ 프리마돈나가 된 발레리나 ‘니나’가 등장한다. 니나는 훌륭한 무 용수지만 여린 성격 탓에 매혹적인 흑조 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무용단 감독인 ‘토마스’는 권력을 이용해 이러한 니나의 야망을 인질삼아 이리저리 휘두른다. 토마스는 이 과정에서 니나에게 역할에 대한 심한 부담감을 준다. 니나의 엄마 에리카도 니나를 억압하는 인물 중 하나인데 ‘착한 딸’ 프레임을 씌워 구속하며 ‘아름다운 발레리나’에 집착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니나는 같은 단원인 ‘릴리’를 라이벌로 여겨 자신과 비교하며 더욱 스스로를 압박한다. 자신을 완벽의 한계에 몰아넣는 니나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결국 정신분열 증상까지 보이게 된다. ‘완벽한 이중성’을 연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던 니나가 동작을 멈춰도 거울 속 니나의 형상은 그대로 동작을 이어간다. 라이벌인 릴리와 하룻밤을 보내거나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사람을 보는 환각증상도 나타난다. 감정선의 절정을 보여주는 최후의 공연에서 니나는 완벽한 무대에 만족하지만 자신이 피로 물든 것은 깨닫지 못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평론가들은 ‘블랙 스완’에 대해 ‘완벽에 대한 집착이 낳은 광기를 그린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극중 니나는 환각을 보기도 하고 스스로를 찌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완벽한 무대를 위한 것이었다. 손톱 위에 일어난 살점을 뜯어내다가 손의 살이 그대로 찢어지는 장면과 백조의 물갈퀴처럼 붙어버린 발가락을 고통스럽게 떼어내는 장면은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니나가 어떤 고통에 사로잡혀 살았는지 와 닿게 한다. 완전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고 스스로의 영혼을 망친다면 결국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고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행동이 아닐까. 어쩌면 완벽함이란 가까워지려 할수록 그것과 더 멀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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