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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추천] 어른이 된 악동들
  • 이건우
  • 등록 2019-10-07 10: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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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동뮤지션(이하 AKMU)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남매듀오 △싱어송라이터 등 AKMU를 대표하는 단어들은 많지만, 상큼하고 발랄한 아이들의 이미지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실제로 케이팝스타 2나 1집 앨범 ‘Play’ 당시의 곡들을 보면, 짝사랑과 설렘을 노래하고 있거나 △작은별 △잔디 △라면 △얼음 등 특정한 소재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AKMU는 오 랫동안 사람들에게 ‘동시를 노래하는 아이들’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2집 ‘사춘기’ 앨범에서는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1집 Play 때와는 달리, 앨범명 그대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년, 소녀의 모습을 곡에 잘 녹여냈다. 내 주변 환경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에서, 더 나아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의 ‘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며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약 2년만에 제 3집 앨범 ‘항해’가 발매됐다.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성숙’이다. Play 를 통해 동심을 노래하고, 사춘기를 겪으며 드디어 성숙해진 모습으로 컴백한 것이다. 항해는 기존의 순수하고 발랄했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기존의 활동명 ‘악동뮤지션’보다는 그 약자인 ‘AKMU’로서 활동을 이어간다. 또한 AKMU의 두 멤버 이찬혁과 이수현이 성인이 된 이후 낸 첫 앨범이기 때문에, ‘성숙해진다는 것’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이하 어사널사)’에서 그 부분이 깊이 드러난다. 어사널사는 AKMU의 노래들 중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곡이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해당 곡은 AKMU 특유의 시적 표현을 유지하면서, 발라드 풍의 잔잔한 멜로디로 이별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겪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멤버 이찬혁은 이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수록곡 ‘물 만난 물고기’와 동명의 소설 ‘물 만난 물고기’를 발간했다. 해당 소설은 ‘항해’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어사널사뿐만 아니라, 수록곡 △물 만난 물고기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 △‘FREEDOM’의 자유 △‘뱃노래’의 외로움 △ ‘고래’의 억압에 대한 문학적 표현을 통해 각 곡들을 둘러싼 작가의 감정에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소설을 읽고 항해를 다시 듣거나, 소설을 읽으면서 항해를 듣는다면 색다른 감상에 빠져들 것이다. 

 AKMU의 앨범 항해는 지금 막 소년, 소녀의 이미지를 벗은 어린 성인들, 지금의 20대들의 감정을 잘 대변하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자라온, 또래 가수들의 성장통을 노래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성장통에 우리들도 공감과 위로를 받았기에, 이번 AKMU의 이미지 탈피는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흐름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이것이 앞으로도 AKMU가 계속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예언하듯이 살길 
LIVE LIKE THE WAY WE SING” - 『물 만난 물고기 中』 

이건우 기자│hangta96@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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