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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란 무엇인가] 서점인의 마음
  • 김희연
  • 등록 2019-06-12 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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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경기대신문특집 기획으로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출판은 크게 △작가 △기획편집 △디자인 △홍보 △마케팅 △서점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총 6가지 분야에서 종사하는 각각의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마침내 마지막 분야인 <서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지현 (책방 사춘기 대표)

 

왜 작은 서점일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는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손쉽게 책을 구매한다.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 시장이 많이 축소되었다고 하지만 2015년부터 지역서점을 대체하는 작은 동네 서점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네 서점 △독립 서점 △작은 서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여러 가지 특색을 지닌 공간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독립서점은 466개(2018년 기준)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은 서점의 매력은 무엇일까? 대형 서점과 달리 정형화되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요소일 것이다. 어떤 독립서점을 가도 똑같은 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점 주인의 개성과 성향에 따라 취급하는 책의 종류도, 공간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그렇다 보니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가 맞는 출판물이 ‘큐레이팅’ 된 서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편의가 아니라 취향을 지향한 선택이다.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작은 서점만의 분위기를 좋아하게 돼 거리와 상관없이 전국으로 방방곡곡 책방 투어를 다니는 독자들도 생겼다.

 

“이런 책도 있을까요?” 콘셉트를 좌우하는 큐레이션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온다)을 보면 서점에 온 손님이 어떤 책을 찾을 때마다 “이런 건 어떨까요?”라고 말해주는 서점 주인이 등장한다. 책을 선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고 수고가 따르 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만의 기준을 정해두면 조금 더 쉽게 구성할 수 도 있다. 온라인 구매가 훨씬 편리함에 거리가 있는 작은 서점을 일부러 찾아오는 독자들의 마음은 바로 서점 주인의 취향과 큐레이션이 반영된 서가에서 책을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을 통해 서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예를 들어 ‘책방 사춘 기’의 경우는 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이면서도 여전히 ‘사춘기’인 어른 독자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콘셉트이므로, 어린이와 어른의 시각 두 가지를 모두 고민해야 한다. △그림책 △동화 △청소년소설 △문학 △독립출판물에 고루 비중을 두면서 서점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책으로 골라야 한다. 이처럼 작은 서점의 분명한 콘셉트를 선정하는 것은 출판물의 ‘큐레이션’이다. 그러려면 책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등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문학 △추리소설 △그림책 △디자인서적 △번역서 △독 립출판물 등 제각기 다른 콘셉트를 가진 서점들이 더 많아질수록 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즐거운 고민거리로 여겨질 것이다.

 

작은 서점 필요한 것은 기획력

 

 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책 소개다. ‘책’도 엄연히 하나의 상품이므로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서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에 담긴 매력적인 포인트를 잘 드러낸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도 있다. 서점의 책 소개와 홍보는 출판사가 가진 마케팅 전략과는 조금 다르다.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서점들의 홍보 활동은 단순히 책만을 소개하는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 서점의 특색을 반영하여 선별된 책들을 소개하면 타겟팅 된 독자를 형성할 수 있다. ‘책방 사춘기’의 경우는 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이라는 타이틀과 ‘사춘기’라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사춘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겪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책을 소개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결이 맞는 출판사와 협업하여 다양한 기획들을 실행해 볼 수도 있다.

 

 단지 ‘책’만을 판매하는 공간으로써 작은 서점들이 경쟁력을 가지긴 어렵기 때문에 공간적 역할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하게 된다. 독자들은 책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취향을 공유하고 누리는 문화적인 공간으로 서점을 소비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타겟팅 된 독자를 위한 행사나 이벤트도 함께 기획할 필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12시까지 서점을 열어두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이나 동네서점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우리 동네서점에 작가가 놀러왔다’ 등 지원 사업을 활용하여 작은 서점의 역할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바쁜 서점의 하루

 

 공간의 규모와 상관없이 서점의 일과는 생각보다 매우 바쁘다. 일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작은 서점의 일과는 비슷할 것이다. 운영시간 전에는 주로 필요한 책들을 주문하거나 입고 제안 메일 등을 검토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독자가 추천이나 감상을 물을 때도 있으므로 신간 등의 시장 조사와 경향 등을 파악할 필요도 있다. 대부분 서점에 있는 동안에는 운영시간 에 맞춰 문을 열고 손님을 응대한다. 어떤 날은 손님이 한 사람도 오지 않을 때가 있고, 어떤 날은 정신이 없을 만큼 계속 손님을 마 주할 때도 있다. (손님이 얼마나 방문할 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틈틈이 팔린 책과 보유한 책의 재고를 확인하며 서가를 채우 거나 새롭게 큐레이션을 꾸리는 등 여러 업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때때로 서점을 찾아오는 출판사 관계자나 작가와의 미팅을 통해 새로운 기획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서점에서 정기적인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적합한 이미지를 만들고 문구를 작성해 홍보글을 SNS 게시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규모는 작지만 서점 주인이 일당백으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서점이 잘 돌아갈 수가 있다.

 

독립서점 혹은 동네서점 에디션을 구하라!

 

 최근 ‘동네책방 에디션’과 ‘독립서점 한정판’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 여러 출판사에서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를 두고 작은 서점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같은 책이지만 표지 디자인을 다르게 만들어 한정판으로 제작하거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굿즈를 다르게 각각 제공하는 등 작은 서점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또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더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한정적인 규모로 진행하려면 작은 서점만큼 적합한 공간이 없다. 책방의 성격을 고려하여 어울리는 작가를 매칭시키거나 작가가 직접 책방을 지목하여 작가와의 만남을 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출판과 서점이 함께 상생하는 더 좋은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책방을 찾아오게 만드는 새로운 메리트를 부여하고, 책방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출판과 서점 모두가 Win-Win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새로운 전략이 모색되는 시점이다.

 

“서점은 한 사회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밥 엑스타인 글·그림/현대문학)

덧붙이는 글

세상에 나온 한 권의 책을 위해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출판사 △서점 모두가 움직인다. 책은 유기적으로 많은 관계를 형성한다.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책을 통해 만나고, 책을 통해 사람과 공간이 만나기도 한다.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데 동네 서점은 점점 더 늘어난다. 서점에 대해,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멋진 책이 많고 멋진서점 또한 많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책과 서점이 오래오래 특별한 공간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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