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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란 무엇인가] 출판마케터의 마음
  • 김희연
  • 등록 2019-05-27 10: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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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어떻게 팔 것인가?"
본지는 경기대신문 특집 기획으로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출판은 크게 △작가 △기획편집 △디자인 △홍보 △마케팅 △서점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총 6가지 분야에서 종사하는 각각의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는 <마케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성종 (20년 차 출판 마케터)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을 많이 방문해 책을 구매한다. 서점 입구에 들어서면 그 많은 책에 압 도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많은 책은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단행본 책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서점에 보관하면서 즉시 독자에게 판매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 도서는 주문해야만 받아볼 수 있다.

 

 우리는 또한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보면서 이 많은 책이 어떤 기준으로 진열되고 판매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오늘은 출판이란 무엇인가의 주제에서 출판마케터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규모가 큰 출판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출판사는 마케팅과 영업이 혼재돼있다. 마케팅이 독자의 니즈를 읽고 책을 출간한다면 영업은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주로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 는 일을 한다.

 

 모든 기업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출판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매출 외에 중요한 게 사실 없다. 매출이 올라가려면 당연히 책이 많이 판매돼야 한다. 매출이 오르려면 출판사에서 발간 한 책을 잘 알려서 독자가 사도록 만들어야 한다. 매출을 올리려면 어떤 출판 마케팅 전략과 홍보가 필요한가.

 

 1980년대에는 사실 출판에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책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출판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좋은 원고를 가지고 교정 교열만 잘 봐서 서점에 책을 보내기만 해도 책이 잘 팔려나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출판 정보 유통 장소가 오프라인 서점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책의 발행 종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웬만한 책이 아니면 독자들에게 곧 잊히고 있다. 도서 공급의 과잉은 당연 히 출판사에 마케팅을 요구하게 됐고 지금에 이르렀다.

 

 독자 여러분 중에서 지금 책을 출판한다면 교보문고 평대에 어느 정도나 진열될 수 있을까? 놀라지 마시라. 대략 2주일이다. 내가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5년이 걸렸어도 독자들에게 표지 정도 보이는 평대 진열 기간이 불과 2주일이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너무 많은 책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교보문고에 하루 평균 200종의 단행본 신간이 들어오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하루에 200종 이상의 도서는 매일 서점에서 퇴출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공간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서점은 다른가? 인터넷서점은 역설적이게도 노출 공간은 더 부족하다. 물론 책의 제목을 검색하고 구매를 클릭하면 빠른 시일 내에 책이 집에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내 책을 독자에게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인터넷서점 메인 페이지에 내 책이 노출돼야 한다. 수많은 책 중 내 책이 인터넷서점 메인에 노출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런 환경이기에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노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출판 마케팅과 영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그런 사정을 모른 채 구매하고 있겠지만 서점 내부에서는 독자들 눈에 잘 띄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출판 마케터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 마케터는 내 책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진행한다. 대형서점은 물론 중형서점, 동네서점, 독립 서점, 북카페, 대형마트, 휴게소, 교회, 절, 성당, 전문서점, 대학 구내 서점, 도서관 내 서점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YES24 등 대형 인터넷서점은 물론 종합몰, 전문몰, 오 픈마켓몰, 소셜커머스 등 내 책이 판매될 만한 곳을 발견하고 담당자와 소통해 책 노출을 진행한다. 여기에 각종 오프라인 책 축제 등에서도 독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와인을 주제로 책을 냈다면 와인바도 찾아가 보고, 동물원 관련 책을 냈다면 동물원과 제휴도 해 보고, 맥주 관련 책을 냈다면 맥주 회사와 제휴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책은 영화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회사와 출판사가 다양하게 제휴 마케팅을 진행해 서로에게 도움되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이제 출판 마케터의 하루를 살펴보자. 출판 마케터는 출판사에 출근하면 서점으로부터 온 주문을 확인한다. 서점에서 출판사로 주문 방법은 전화, 팩스, SCM(Supply Chain Management), 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문이 온다. 평소와 다른 주문이 오거나 품절된 책은 서점에 통보해 준다. 이어 편집부와 출간 기획회의를 진행하며 때때로 주간, 월간, 분기, 연간으로 결산회의도 한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이메일에 답장도 써야 하고, 홍보팀이 따로 없는 출판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페 블로그 등에 업로드도 해야 한다.

 

 오후에는 주로 도매 및 소매서점 거래처를 방문한다. 오프라인 매장 및 인터넷서점을 방문해 미팅하고, 거래처 수금 및 장부 관리 그리고 출간 시장 조사를 진행한다.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며, 부실한 기존 거래처는 피해가 없도록 거래 정리를 한다. 출판사와 다양한 연합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외근 업무가 끝나고 회사에 복귀해서는 하루의 일을 정리하고 내일 일정을 체크한다. 거래처에 있었던 중요 사항은 상사에게 꼭 보고하고 퇴근한다.

 

 그래도 출판 마케터의 가장 큰 일은 결국 독자의 니즈를 읽어내서 책에 반영하는 일이다. 독자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책을 내면 출판사가 어려움에 처할 것은 뻔한 일이지 않겠는가.

 

 2019년 현재 출판시장은 기획 편집보다 마케팅이 더 중요한 시대에 돌입했다. 책은 누구나 쓰고 만들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인 1책 시대에 앞으로 책은 더 많이 출간될 것이다. 누구나 책을 쓰고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책을 팔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출판사에서는 기획편집보다는 마케팅 역량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독자들이 구매한 모든 책에는 다 출판 마케팅 전략이 들어가 있다. 독자들만 모를 뿐이다. 여러분이 산 책 한 권 한 권을 여러분이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미 출판사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았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은 초연결사회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얻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매 결정을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택되는 단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서는 출판사 마케터들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블로그와 카페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건 마케터의 기본 업무이다. 또한 일방적인 정보는 누구나 거부감을 갖는다. 출판사 신간 소개 등 일방적인 전달 대신 SNS를 통해 독자는 물론 저자, 서점, 도서관 사서와 소통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책이 잘 팔려 나간다.

 

 또한 출판마케터는 PD라고 할 수 있다. 출판물 판매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지휘자이다. 프로야구로 비유하면 도서 판매에 있어 감독과 같은 위치이다. 적재적소에 도서(선수)를 잘 배치하고 작전 세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든 마케팅에서 옳고 그른 건 없다. 선택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4차 혁명 시대에 출판사에 남는 하나의 분야가 있다면 기획과 마케팅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편집과 디자인은 외주 처리할 수 있지만 마케팅은 외주 처리하기 매우 힘들 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앞둔 4학년들은 보다 적극적인 취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출판사에 기획 편집부만 있는 게 아니라 출판 마케터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영업 직군에도 과감하게 도전해서 여러분의 꿈을 펼쳐 보기 바란다. 출판사 기획부에서 근무하든 편집부에서 근무하든 디자인부에서 근무하든 모든 게 다 영업이기 때문이다. 영업부만 영업을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사람 관계에서 소통을 잘하지 못하면 어떤 분야에서도 일을 잘할 수가 없다.

 

 일 잘하는 출판 마케터는 도서가 잘 팔릴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사람이다. 의사는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병을 고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프로야구에서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타율 차이는 단 1할에 불과하다. 10개의 공에서 남보다 1개만 더 잘 치면 된다. 마케팅과 영업의 왕도는 없다. 사회에 대한 애정과 책에 대한 사랑만 있으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여러분도 좋은 출판사에 취직해 사회를 바꾸고 자신도 바꾸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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