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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고양이에 뻗친 위험한 손
  • 이유림
  • 등록 2019-05-14 09: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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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혐오범죄, 인간혐오범죄로 번질 수 있어”
최근 대학가에서 ‘고양이 키우기’가 유행 아닌 유행이다. 바쁜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잠시 어울렸다 가는 쉼터같은 존재로서 자리매김한 캠퍼스 고양이들의 출몰에, 일부 대학에서는 마스코트로 삼는 문화도 생성됐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 부작용이 동반되며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대학가에 등장한 ‘고양이 키우기’ 문화에는 어떤 부작용이 따르고 있을까.


대학가 고양이 돌보기의 양면성

 

 대학 내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은 주변을 배회하던 길고양이가 우연히 캠퍼스 내로 들어와 학생들의 손길을 타며 자연스레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각 대학의 명물로서 키우는 고양이를 자랑하는 문화로 확산됐다. 실제로 숙명여자대학교에서는 고양이들을 위한 급식소를 설치하고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 중성화 수술 후 포획했던 장소에 다시 풀어주는 ‘TNR(Trap-Neuter-Return)’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해당 활동은 길고양이 개체 수를 적절히 유지하자는 취지를 갖는다. 본교 역시 학생식당 이스퀘어 근처에 서식하는 고양이에 게 ‘이퀘냥이’라는 별칭을 붙여 돌보고 있다. 또한 △이퀘냥이 △긱냥이 △본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모금 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캠퍼스 내 고양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현상이 대두되는 가운데 고양이 학대 등 동물 혐오 범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 통계조사에 의하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3년 113건 △2014년 198건 △2015년 204건 △2016년 244건 △2017년 32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쓰다듬는 줄 알고 다가갔더니

 

 실제로 국민대학교에서 기르던 고양이 ‘유자’가 사체로 발견돼 독살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국민대 고양이 보호 동아리 ‘추어오’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부검 결과 쥐약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자연사로 치부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며 운을 뗐다. 이어 “결론적으로 자문을 구한 모든 동물병원으로부터 폭행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답을 받았다”며 사인에 대한 게시글을 올렸다.

 

 이밖에 지난 1월에는 부산대학교 근처를 맴돌던 길고양이의 목에 누군가 케이블 타이를 둘러 살에 파고 들게 만드는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10월, 영남대학교에서도 ‘고양이 사체가 있으므로 절대 건들지 마세요’라고 적힌 종이와 함께 박스에 덮인 새끼 고양이의 머리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신고자 A씨는 자신의 SNS에 ‘훤한 대낮, 길 한복판에 보란 듯이 전시해 대학 내에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동물 혐오 범죄, 왜 일어날까?

공정식(범죄심리학과) 교수


Q. 동물 혐오 범죄 증가의 사회적 요인은 무엇인가

 

 과거에도 동물을 학대하는 잔인한 행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범죄가 늘어난 것은 과거에 비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난 데 있다. 그 가운데 고양이를 노린 범죄의 경우 유기 등으로 인한 길고양이들이 상당수 방치됨으로써 도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하는 환경과 관련 있다고 본다.

 

Q. 해당 범죄 유형을 야기하는 심리상태가 알고 싶다

 

 고양이는 인간에 비해 힘이 약하기 때문에 주로 피해대상이 되는 것인데 이는 주로 △여성 △아동 △노인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 행동을 하는 강력범들의 심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동물 학대를 하는 행위는 연쇄범죄자들의 전조행동으로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동물을 상대로 살상을 반복하다 보면 생명체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고 결국 그 대상을 인간까지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동물학대는 대개 연쇄성을 가진 행위다. 연쇄적 범죄는 흔히 심리적 냉각기를 갖고 있는 범죄행위를 의미한다. 해당 유형에 속하는 범죄자들은 통상적으로 평소 정상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다가도 스트레스가 높아져 긴장이 극대화되면 동물학대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형태를 보인다. 또한 일정기간이 지나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재차 동물학대를 해야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병질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덧붙이는 글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며 그 존엄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요즘, 여전히 일각에서는 분풀이의 대상 정도로 여기고 있어 논란이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어떤 심리적 작용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대하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는 점차 다양한 대상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인지하고 적절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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