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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에 끄덕이기
  • 박현일
  • 등록 2018-12-03 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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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에피톤 프로젝트

출판사 : 달

 

 누구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기억을 지우거나 외면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좋은 기억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밀어내는 것이 긍정적인 건 아니다. ‘새벽녘’, ‘첫사랑’ 등 돌아가고픈 기억에 대한 노래를 쓰고 불러온 싱어송라이터 에피톤 프로젝트가 쓴 ‘마음속의 단어들’에는 그리움을 피하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자세가 적혀 있다.

 

 책 전체로 보면 비중이 많지 않은 내용이지만 화자는 자신을 스쳐갔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국 런던을 여행하는 중에도, 약속 때문에 어딘가에 가서도, 작업을 하며 음정과 화음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그는 어떤 사람과의 시절을 떠올리고 글을 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일상 속에서 언제든 찾아온다. 독자들은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보다가도 과거에 대한 글이 가끔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을 통해 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화자는 이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 동네에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다거나, 인연이 끊어진 사람을 두고 가끔은 생각이 난다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움의 손을 잡는 것을 택한다. 회상을 통해 덤덤해지는 것이다.

 

 끝난 것에 대해 곱씹을 수밖에 없는 감정이 그리움이다. 그러니 이를 마주보기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감정을 낭비하는 것이 지속된다면 결코 마음은 편안해질 수 없다. 이 책을 써낸 이가 만든 가사처럼 ‘그래, 그럴 때가 있었어 1) ’ 하며 떠오르는 기억을 바라보는 것이 갑자기 찾아온 그리움에 다치지 않는 길일지도 모른다.

 

“막연함도 불안도, 혹시 모를 눈물도 때로는 당연한 시간인 걸.” - ‘새벽녘’ 가사 일부, 에피톤 프로젝트


 기자는 이번 호를 끝으로 경기대신문과 작별한다. 지난해 3월 입사한 이후 2학년을 꽉 채우는 현재까지 내내 학보사 기자로만 살아왔던 바람에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 글이 신문에 찍혀 발행된 이후 맞닥뜨리게 될 것들이 두렵다. 전혀 다른 삶이 가져다주는 막연하고 불안한 날들을 당연한 시간이라고 받아들일 때쯤 기자에게도 그리움이 찾아올 것이다. 집보다 많이 찾아갔던 신문편집국 사무실, 바쁜 시간에도 기자의 요청을 받아준 수많은 사람들, 가족들보다 얼굴을 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 신문사 동료들. 그 모든 기억들이 다가와도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크게, 자주 그리워할 것 같다. 20개월을 돌아서 이런 글을 남길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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