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흐릿한 세상 금메달이라는 값진 빛을 켠 양승준 선수
  • 이지우
  • 등록 2018-11-19 10:07:39
기사수정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막이 내리고 지난달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인도네시아 아시안 패러게임이 출발탄을 쏘아올렸다. 그곳에서 본교 남자 유도부 양승준(경호보안·2) 군은 대한민국의 품에 금메달의 기쁨을 안겨줬다. 이에 본지는 대회 당시의 상황부터 유도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자 양 군을 만났다.

 

 

 

 

 

 

아시안 패러게임 정상에 서다


 아시안 게임이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 일대가 다시 한 번 열기에 휩싸였다. 그 이유는 인도네시아 패러게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금빛 사냥에 성공한 본교 학생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73kg 남자 유도 부문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양승준 선수다. 그는 금메달을 딴 소감으로 “항상 응원해주셨던 부모님과 감독님이 먼저 떠올랐다”며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메달을 딴 만 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의 말을 함께 전했다. 그에게 이번 패러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는지 묻자 8강에서 맞붙은 카자흐스탄 선수와의 경기가 인상 깊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양 군은 “지금까지 상대 선수의 특기기술인 왼쪽 감아치기 1) 에 걸렸을 때 버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경험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게임에서 그 기술을 방어하고 해당 선수로부터 승리를 얻어냈 다”며, 그 순간의 희열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정상에 오른 그가 유도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양 군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흥미가 있어 검도, 태권도와 같은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유도’였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제주 내에서 1년에 한 번씩 하는 유도대회에 참가했는데, 그곳에서 코치님의 유도를 본격적으로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를 기점으로 양 군의 유도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1) 상대방이 앞, 뒤, 옆으로 이동할 때를 이용해 오른발로 상대방의 왼다리 안쪽을 감아 후려치는 기술

 

장애인 유도선수로서의 첫 시작


 현재 그가 패러게임에 출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장애인’ 유도 선수로서 명성을 떨쳐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양 군은 장애인 유도선수로 활동하게 된 것일까. 그 시작은 본교 남자 유도부 감독님의 권유로부터다. 양 군의 말에 의하면 본교 남자 유도부에 들어가 자기소개를 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눈을 찌푸린 그의 모습을 본 감독님이 시력검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검사결과, 그의 시력은 스포츠 등급으로 장애 판정을 받았고 이에 그는 장애인 유도선수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다면 일반 유도와 장애인 유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 유도는 경기를 시작할 때 잡기싸움 이란 것을 한다. 유도에서 잡기싸움만 잘해도 경기의 반은 이겼다는 말이 있는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장애인 유도의 경우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선수들을 위해 먼저 잡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일반 유도와 차이점이 있다.

 

 현재 본교 남자 유도부에서 훈련을 받고있는 선수 중 장애인 유도 선수는 양승준 선수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에 훈련을 할 때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더 힘이 들 것이라고 예상됐다. 훈련때 힘들지 않냐 는 기자의 물음에 양 군은 “눈이 잘 안보이다보니 계단 같은 곳을 뛰어서 오르내릴 때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사람을 못 알아보는 일이 많아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양 군이 말하는 유도의 매력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는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가 최종적으로 유도를 택했다. 유도는 넘기고 넘어가면서 배우는 운동이지만 그저 단순하지 않고 원리를 이용해야 하는 점이 재밌고 매력 있었다고 한다. 또한 본교 남자 유도부에 있으면서 동료들끼리 서로 하나로 뭉쳐 기합하고 운동하며 가족같이 지낸다는 점에서도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도가 늘 그에게 좋은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운동선수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부상이 양 군에게도 찾아왔다. 훈련 중에 자잘한 부상은 끊임없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부상은 목디스크다. 현재 그의 목에는 디스크만 3개라고 한다. 부상을 크게 당하면 다시는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유도의 유일한 단점으로 부상을 꼽았다.

 

 부상이 주는 고통에도 포기하지 않고 8년간 계속 유도를 이어오 고 있는 양 군은 제일 자신있는 기술로 상대의 팔 밖으로 몸을 비틀 면서 상대의 깃을 비틀어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인 ‘말아 업어 치기’를 택했다. 더불어 유도의 손기술 또한 본인의 특기로 꼽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수양해 손기술의 역량을 더 키우고 허릿기술의 부족한 점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본교에서 날개를 돋치다


 특별히 본교를 입학하게 된 계기가 있냐는 물음에 양 군은 “본교에 선수를 아껴주는 좋은 감독진과 코치진이 존재하고, 운동에 전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전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의 유도감독과 동료들 덕에 양 군의 유도인생은 더욱 의미있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유도 감독에게 “코치님 없이 새벽훈련부터 야간훈련까지 함께하시고 더불어 학교일도 병행하시느라 힘드실텐데 모든 선수들을 세심히 챙겨주시는 부분에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같이 훈련하는 동료들에게는 “본인의 눈이 안 좋은데 이에 대해 더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동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1살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값진 성과를 얻어낸 그의 향후 계획이 궁금했다. 이에 양 군은 일단 큰 일을 이뤄낸다는 생각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하나씩 이뤄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지난 12일에 그는 장애인 유도세계선수권 대회를 참여하기 위해 출국했다. 지금 그의 당장의 목표는 이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본교 재학을 하면서 도쿄 패럴림픽 에 출전해 금메달을 얻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본교 학생들에게 “비록 눈이 좋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금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며 본교 학생들도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희망을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진심어린 응원 한마디를 남겼다.

 

 


 

글·사진  이지우 기자│dlwldn773@kgu.ac.kr

덧붙이는 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간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함에 따라 결국 정상의 자리를 꿰찬 그의 이야기는 기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양승준 선수의 행보를 응원한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