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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학생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 이건우 정기자
  • 등록 2018-11-06 1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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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커지는 총여학생회 폐지 여론
총여학생회는 과거 대학가의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사회적 상징이다. 대학 내 여성 복지와 성평등에 힘써온 총여학생회는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운동의 주체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대학가 내에서 총여학생회는 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총여학생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사회적 흐름에 대해 알아봤다.


총여학생회가 걸어온 길 

 총여학생회는 80년대 사회운동의 산물 중 하나였다. 개인의 권리 향상과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해 펼쳐졌던 당시의 사회적 움직임이 대학 내 여성운동에도 영향을 준 것이었다. 당시 대학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통계청 자료 ‘2018년 통계로 보는 여 성의 삶’을 보더라도 2005년까지는 남성의 대학 진학률이 여성보다 높았다. 총여학생회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당시 상대적 소수자였던 대학 내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1980년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에 서 최초로 설립돼 1984년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가 그 뒤를 이었고 1999년에는 전국 총 30여개의 총여학생회가 설립됐다. 당시 학생회 임원직에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여학생회는 학교 운영에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취약했던 여성 복지 개선에 힘써 성 불평등 해소에 큰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총여학생회를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 내 여성의 입지가 높아지면서 굳이 총여학생회를 따로 둬야 하냐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이에 총여학생회를 반대하는 입장 에서는 여성들도 충분히 총학생회의 임원으로 일할 수 있으며, 오히려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의 역할이 중복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총여학생회 찬성 측은 아직도 대학 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가 존재하기에 여성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성평등을 실천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자취를 감추는 총여학생회

 첨예한 입장 대립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학가에서는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달 15일 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에서는 총여학생회 존폐여부에 대한 학생 총투표를 진행했다. 지난 10년간 공석이었던 총여학생회장에 새로운 입후보자가 나타나면서 총여학생회의 부활을 예고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총여학생회 폐지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에 총여학생회 폐지 발의안에 반대하는 성균관대 학생 290명이 투표 보이콧 선언과 반대운동을 벌였으나 결국 83.04%의 찬성표로 폐지가 가결됐다. 

 총여학생회 폐지 움직임은 성균관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2013년부터 2015년에 걸쳐 △건국대학교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 △홍익대학교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중앙대 총여학생회의 경우 총학생회의 산하기구로 편입됐으며, 서울대와 고려대는 다른 기관으로 재편성했다. 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는 지난 5월 은하선 페미니스트 작가 초청 강연으로 논란이 있은 뒤 총여학생회 재개편안이 발의돼 학생 총투표를 진행했다. 결국 82.2%의 찬성표로 연세대 총여학생회 재개편안이 추진됐다. 현재 수도권 내에 실질적으로 총여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동국대학교 하나뿐이다. 

본교 또한 2년 전이 마지막 
 
 그렇다면 본교의 총여학생회는 어떤 상황일까. 본교는 제 29대까지 총여학생회 활동을 지속해왔다. 현재는 제 29대 여랑 총여학생회를 마지막으로 지난 2016년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를 통해 폐지된 상태이다. 그러나 당시 확운위의 폐지 결정은 몇 가지의 문제점이 있었 다. 가장 큰 문제는 총여학생회와 확운위를 추진했던 중앙운영위원회 측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총여학생회측은 본지 997호 (16.11.7. 발행) 인터뷰에서 “해당 안건이 상정된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못했으며, 중앙위원회와의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확운위의 미흡한 홍보 △학생 대표에 의한 간접투표 △부실한 여론조사 등 미흡한 운영방식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한편 제 31대 리본 총학생회는 총여학생회 폐지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이에 제 31대 리본 김정식(건축·3) 부총학생회장은 “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복지 정책을 세우기보다는 본교학생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며 총학생회의 복지 정책 방향성을 드러냈다. 덧붙여 “현재는 복지국이 학생들의 복지와 관련해 총괄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전 총여학생회가 진행하던 여성용품자판기 등도 복지국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우 기자│hangta96.kgu.ac.kr
덧붙이는 글

역사적인 기관이었던 총여학생회의 폐지 추세 자체는 안타깝지만 이는 그만큼 대학 내 여성인권이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허나 총여학생회의존폐 여부가 인권 및 성문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특정한 기관에 성평등 문제를 의존하기보다는 모든 기관이 함께 노력해 성평등 실천에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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