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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변화 없기 때문에 우리가 금지법 만들어야”
  • 박현일
  • 등록 2018-10-22 0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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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역사 전문가가 보는 욱일기

 

 

 

 앞서 욱일기의 배경과 게양의 목적을 알아봤다. 그에 따르면 욱일기 문제는 단순히 깃발 및 상징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욱일기가 가진 의미와 방지의 필요성에 대해 대한민국과 일본의 과거사 및 분쟁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제주국제관함식(이하 관함식)에 서의 욱일기 논란은 어떻게 진행됐나


 대한민국 정부는 관함식에 참가하는 모든 국가에게 “각국 함정에 해당 국가의 국기와 주최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게양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요청에 대해 일본 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양측이 가진 외교적인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의 입장이 전해진 이후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욱일기를 대한민국 영해에 들이지 말라는 국민청원이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대정부질문 도중 “일본은 욱일기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게양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했다. 본인 또한 이날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욱일기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다음 날인 2일 이석현 국회의원은 욱일기 금지법을 발의했다. 북한 매체 또한 “욱일기 게양 을 단호히 불허해야 한다”며 반대 측에 힘을 실었다. 결국 지난 5일 일본 측에서 불참을 통보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은 도의적 차원에서 직접 입장표명을 할 수 없었지만, 여당과 국회 그리고 민간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압박이 이뤄져 관함식에서의 욱일기 게양이 저지된 것이다.

 

 욱일기 사용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욱일기가 사용되는 원인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이하 2차대전) 이후의 상황을 들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승전국들의 강력한 압박에 의해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가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유럽 열강 및 미국으로 구성된 승전국들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에 대한 인식이 다른 이유기도 하다. 더불어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은 일본에 압력을 행사하기보다 성장시켜 자유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만들려 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처벌이 느슨해진 점을 이용해 2차대전 당시 군의 상징이었던 욱일기를 부활시켰다. 독일은 주변국의 강한 압박으로 나치의 모든 상징물을 금지했지만, 일본은 전후 A급 전범1)이 석방돼 권력을 잡는 등 과거사 청산에 실패했다. 이는 욱일기 사용의 원인이 됐으며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일본의 정권은 역사수정주의 정권인데, 역사수정주의는 역사를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바꿔 기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예로 현재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주류 세력은 일본이 침략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2차대전에 참전해 패한 것뿐이지, 침략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깃발이 2차대전 당시 일본군기로 쓰인 욱일기다. 때문에 현 정권의 임기 동안 욱일기에 관한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논란에 대응할 방법을 알고 싶다


 대한민국의 이전 정권은 일본과의 갈등 상황에서 직접적 대응을 피해왔다. 이는 일본 정권의 본질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욱일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선 ‘욱일기 금지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을 통해 금지해야 국제적으로도 전쟁범죄의 상징이라는 것이 각인된다. 또한 대한민국이 선례를 남겨야 일본에 피해를 입은 다른 국가인 중국 및 필리핀에서 비슷한 법을 만들 수 있다. 독일 인근 국가인 프랑스 또한 독일이 반나치 법을 만든 이후 같은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하켄크로이츠는 전 세계에서 금기시된다. 이는 법은 아니지만 관례다. 따라서 욱일기 사용 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이 깃발이 전쟁을 상징한다는 걸 관례화해야 한다. 이때 법 제정은 관례화의 시작이다. 욱일기 금지가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은 되풀이될 것이다. 독일처럼 일본 쪽에서 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재의 자민당 정권이 탄생하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욱일기는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금지하지 못하면 과거사나 위안부 문제 등 다른 분 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라도 걸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에는 그들의 침탈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식민사관이 남아있다”며 일본의 과거사 정당화를 경계했다. 대한민국 침탈에 쓰인 욱일기는 이 잘못된 역사관과도 관련돼 있다. 이것이 관함식 당시 욱일기에 대한 비판이 컸던 이유가 아닐까.

 

1) 전쟁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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