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기출문제집, 족보

 족보란 대학가에서 시험 준비를 목적으로 출제된 시험문제나 핵심을 정리한 필기노트를 뜻한다. 학생들이 시험을 마친 후 나중에 기억해낸 문제를 엮은 것이 대부분이며, 주로 선배나 대학 내 커뮤니티를 통해 얻을 수 있고 일부 대학은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학 내에서 족보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험 문제 패턴의 고착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실제로 본교의 경우에는 시험 문제가 잘 달라지지 않는 사이버 강의의 족보 판매가 매우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족보는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요점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어, 시험 준비가 수월하다는 것 또한 족보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족보가 2차적저작물에 해당되나요?

 그러나 시험문제가 포함된 족보는 저작권법에 위배된다. 시험문제는 출제자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로 볼 수 있어, 저작권법 상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또한 족보가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창
작성을 가미해야 한다. 그러나 족보는 시험문제를 그대로 작성한 것이므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시험문제를 담은 족보를 대학 내 커뮤니티나 외부 사이트에서 공유 및 판매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근절 위한 합리적 대안

 최근 한 달간 본교 커뮤니티에는 약 60여 개의 족보 판매 및 구매글 이 올라왔다. 이러한 방식으로 거래되는 족보는 불법이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가 일일이 거래를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족보를 거래하는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 대학은 어떻게 족보를 이용하고 있을까. 방송통신대학교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의 강의 자료에 기출문제를 직접 공개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의 경우 ‘스누족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기출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자체에서 공개하는 족보를 제외하고, 교수의 동의 없이 거래되는 족보는 모두 불법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처벌과 학생들의 족보 수요에 대한 학교 측의 대안이 필요하다.

 이인혜(토목공학·1) “기출문제 공개‧ 족보 사이트 등 대안 필요”

현재 선배에게 받은 족보가 있지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워낙 오래된 자료이기도 하고 듣고 있는 강의에서 완전히 똑같은 시험문제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족보가 있으면 시험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상이 가능해서 공부의 감을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배들과의 인맥이 있는 사람들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 학생들이 족보를 만드는 이유는 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 측에서 이전 시험의 기출문제를 공개하거나, 학생들이 족보를 편하게 보고 구할 수 있는 사이트나 앱이 만들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조상민(프랑스어문·4) “족보거래, 학생들 양심에 맡겨야”

족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족보를 사용하면 학점을 얻기에 조금 더 쉽고 시험점수를 올리는 데에 비교적 적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평소 사이트 검색으로 족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족보의 문제점은 누구나 원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저작권 문제의 경우 학점을 따기 위한 좋은 정보를 마다할 사람은 없기에 직접적인 제재가 없는 한 근절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족보 거래 문제는 학생들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